월(月)요일의 이야기
월(月)요일의 이야기
  • 임우석 기자
  • 승인 2018.08.21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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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달

월(月)요일의 이야기

 

 

 

근하여 염강 지하도를 지나서 한강으로 나간다.

강둑 위까지 물이 차 올라 있는 만조 시간 이다. 뛰면서 생각이 났는데 “저 달이 漢江물위에 비친 모습은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생각에 강물 위를 보았더니, 달 그림자가 강물에 없었다. 달리는 나의 장딴지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잔한 유리판 같은 수면 위에 무영 달은 휘영청 구름 속으로 숨고 있었다. 마침 초저녁이라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여럿이 있어서 공포감은 덜 하였다.

“아~ 하”

“서울의 야경과 성산대교의 조명등이 밝아서 달 그림자가 문명의 조명 속에 묻혔나 보다.”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려고 하였는데, “아니다!” “그래도 흐릿하게나마 그림자는 있어야 하는 것인데.” 마음속으로 궁금해 하는 동안

가양대교에서 안양천 작은 다리를 지나고 성산대교까지 뛰어서 곧 도착 하는데 궁금증만 더하여 같다. 그럼 큰 대교 아래 어두운 곳에서는 달 그림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밤의 한강 시민공원 길을 계속 달렸다.

 

주 불국사에 서쪽에 현재의 부처인 석가탑은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다 하여 “무영탑”이라 하고, 동쪽에 과거의 부처를 상징하는 “다보불”이라 한다. 수려하게 만들어져 10원 동전의 앞면을 상징하고 있는데, 현세의 석가모니불이 설법하는 것을 그 옆에서 다보탑이 듣고 있다 한다. 무영 달의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계속 달리며 생각 해보니 “강물이 오염되어서 그럴까?” 아님 “보름달이라서 그런가?” “마음이 평온한 사람에게만 물위에 유영되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소심한 기분이 들었다.

 

산대교 아래에 조금 널따란 공터에 도착할 쯤 강물가로 가까이 갔다. “와!” 이럴 수가 여태껏 볼 수 없었던 무영 달의 그림자가 내가 달리던 둑길 바로 아래 수면 위에서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근심을 일순간에 저 멀리 우주의 황량한 사막으로 날려 보내는 듯 하였다. 머리가 개운하고 몸이 가뿐한 느낌을 받았다. 깨우침과 해탈, 구원과 평화를 얻은 순간 이었다.

유교를 지나서 당산철교 아래까지 5km를 달리면서도 계속 달 그림자를 본 뒤 그 감격이 좋아 혼자 웃으며 당산철교 아래의 매점 잔디밭에서 이온 음료를 마시면서 갈증을 보충 하였다.

 

금이라도 깊은 산중의 신선이 잠시 머물 것 같은 작은 섬 선유도 옆을 달린다. 무지개 다리처럼 생긴 "선유교"의 색상은 섬 쪽이 볼그레하고 뚝 쪽은 푸른 색이다. 그 중간은 공허한 아치형으로 빈 간을 연출하고 있고 다리위로는 연인들이 항상 다정하게 책을 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다리 아래를 뛰어간다. 선유교의 빈 공간에 저녁놀 같이 붉은색 조명의 성산대교의 화려한 모습과 가양대교의 수수한 두 조명이 멀리에서 보여와 공간을 메우고 야경의 절경을 이루었다.

 

번 같은 길을 달릴 때에는 그저 무심코 보아 왔더니 오늘은 “무영달의 해탈”에서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선유교 아래 빈 공간의 가득한 성산과 가양의 야경이 장관 이었다.

 

잔하게 흐르는 서울의 젖줄 아리수 위에서 쉽게 바라다 볼 수 있으리라 여기던 보름달의 투영을 기대 하다 강물 위에 투영됨이 없어서 달리는 시간에 줄 곳 고민만하다가, 그것도 잠시 다가가는 마음으로 강둑아래에 머물러있던 그 달 그림자를 바라보고 나서 무영 달은 내 마음속 하나의 상념이었음을 알았다.

 

마음으로나 몸으로 그 무엇에 가까이 다가갈 때에야 비로소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달 그림자를 통해서 다시 느껴본다.

늘도 그저 달빛아래를 행복한 마음으로 조용히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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