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하늘대교 개통으로 소비·생활권 확대…영종 소비의 역외 유출 가능성도 커져
영종구 대표 랜드마크를 청라 인접 진입부에? 관광시설보다 지역 상권 활성화 전략 우선해야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인천 영종구가 청라하늘대교 영종 측 진입부에 위치한 근린20호공원을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해 달라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요청한 가운데, 영종지역 상권의 심각한 침체와 청라국제도시로의 소비 유출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라에는 이미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영업 중이며, 복합쇼핑몰과 돔구장을 결합한 스타필드 청라도 2028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반면 영종국제도시는 높은 상가 공실률과 상업시설 공급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라와 맞닿은 지역에 관광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만으로 영종 내부의 상권 침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통망 확충으로 도시 간 이동은 편리해졌지만 정작 영종 주민들의 소비와 문화생활이 외부로 집중된다면, 영종은 거주 기능에 비해 상업·문화 기능이 부족한 이른바 '베드타운'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다.
■ 영종 상가 공실률 30%…이미 심각한 지역경제 현실
영종지역 상권의 어려움은 단순한 우려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인천지역 상업용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영종국제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30%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송도국제도시는 2.5%, 청라국제도시는 6.8%로 조사됐다.
영종의 집합상가 공실률이 청라의 4배 이상이라는 점에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상업용 부동산의 공급 과잉과 주거단지 입주 지연 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현재의 상권 침체를 청라의 대형 유통시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외부 대형 상업시설의 접근성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영종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
■ 청라 코스트코는 영업 중, 스타필드까지 들어서면?
2024년 8월 문을 연 코스트코 청라점은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인천 서북부 지역의 광역 소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상업시설이다.
여기에 2028년 개장을 목표로 조성 중인 스타필드 청라는 쇼핑과 스포츠, 공연, 문화·여가 기능을 결합한 대규모 복합시설이다.
특히 스타필드 청라에는 프로야구 경기뿐 아니라 대형 공연과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돔구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청라는 쇼핑과 문화·여가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반면, 영종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업·문화시설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청라의 대형 상업시설이 영종 주민들의 소비를 얼마나 흡수하고 있는지는 별도의 카드 매출과 소비 이동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다만 주민들이 쇼핑과 여가를 위해 청라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대될 경우 영종 내부 상권이 받는 경쟁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청라하늘대교, 교통의 축복인가 소비 유출의 통로인가
올해 1월 5일 개통한 청라하늘대교는 영종과 청라를 직접 연결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크게 높였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청라하늘대교의 누적 통행량은 지난 9월 말 기준 1,060만 대에 달했다.
교통량 증가는 두 도시 간 이동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교통망 확충이 반드시 양 지역의 균형적인 경제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종 주민들이 청라로 이동해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청라 주민과 외부 관광객들도 영종으로 유입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동하느냐가 아니라, 실제 소비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다.
영종에 머무는 관광객과 지역 상점 이용객이 증가한다면 청라하늘대교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영종 주민들의 외부 소비만 증가하고 지역 상권으로의 방문객 유입은 제한된다면 교량 개통의 경제적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영종구는 청라하늘대교 개통 전후의 지역 카드 매출, 상가 공실률, 방문객 이동과 체류시간 등을 분석해 소비 흐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청라와 가까운 근린20호공원, 영종 전체를 대표할 수 있나
이 같은 상황에서 영종구가 청라하늘대교 영종 측 진입부에 있는 근린20호공원을 대표 랜드마크로 조성해 달라고 건의한 것은 보다 면밀하게 검토할 사안이다.
손화정 영종구청장은 지난 27일 김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신청사 건립 부지 확보, 근린20호공원 랜드마크 조성, 지역 상권과 대규모 공사 현장의 상생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근린20호공원은 영종하늘도시 동쪽에 위치하며, 계획 면적은 12만5,327㎡다.
인천경제청은 LH·iH와 협약을 맺고 2027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하는 일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라하늘대교의 해상전망대와 관광시설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관광자원으로서의 개발 가치는 있다.
하지만 영종구 전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면 운서와 운남, 영종하늘도시, 용유·무의 등 각 생활권 주민들의 접근성과 실질적인 이용 편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청라와 맞닿은 동쪽 관문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과 영종구 주민들의 생활 중심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서로 다른 정책 과제다.
특히 근린20호공원의 주요 방문객이 공원과 전망시설만 이용한 뒤 영종 내부 상권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관광시설 조성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 영종은 잠만 자는 도시가 아니라 소비하고 일하는 도시가 돼야
영종구는 인천국제공항이라는 국가적 기반시설과 항공·물류·관광산업을 갖춘 지역이다.
그러나 공항과 주변 산업시설의 경제적 성과가 영종 내부의 소비, 문화시설, 지역 일자리, 소상공인 매출로 충분히 연결되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주거단지와 인구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자족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쇼핑과 문화생활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지역 상가는 공실로 남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도시의 성장과 지역경제의 성장이 서로 분리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종 내부의 상업·문화 거점을 확충하고 공항 관련 기업과 지역 상권을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항 종사자와 관광객이 영종 내부에서 식사와 쇼핑,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 상권과 관광시설을 연결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영종하늘도시와 운서역 주변, 운남동, 용유·무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생활권별 상권 활성화 전략도 요구된다.
■ 공사장 근로자 식당 이용 유도만으로는 한계
이번 간담회에서 손화정 구청장은 대규모 공사 현장의 임시 구내식당 설치를 가급적 지양하고, 근로자들이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달라고 건의했다.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사 현장 근로자들의 식당 이용만으로 영종지역 상권의 구조적인 침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영종구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매출 확대 대책을 넘어 주민들이 지역 안에서 소비하고, 외부 방문객이 영종에서 머물며 지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이다.
특히 상가 공실률이 30%에 달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신규 관광시설 투자에 앞서 기존 상업공간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 랜드마크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경제의 자생력
영종구에 관광시설과 공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라하늘대교 일대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발전하고 외부 방문객 유입을 촉진한다면 지역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이 영종 내부 상권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랜드마크 조성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종구와 인천경제청은 근린20호공원의 시설계획뿐 아니라 지역 상권과 연계한 방문객 동선, 예상 경제효과, 주민 접근성, 지역 간 균형발전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영종의 상가 공실과 소비 역외 유출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중장기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다.
청라에는 코스트코가 영업 중이고 스타필드라는 대규모 복합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영종 역시 공항과 관광자원이라는 강점을 지역 주민의 일상경제로 연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리가 놓였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리를 통해 사람들이 영종으로 찾아오고, 영종에서 머물며 소비할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영종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외부 도시의 상업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한 주거도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 안에서 일하고 소비하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자족도시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