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도, 관리 책임도 불분명한 크린넷”…실패한 정책의 부담은 왜 주민 몫인가

영종구아파트연합회, 청와대 앞 기자회견서 크린넷 폐지·신규 설치 중단 촉구 장준경 회장·김수성 공동집행위원장, 준공도면 부재·시설 안전성·유지관리비 전가 문제 집중 제기 1,530억 원 투입하고 12년 가까이 정상 가동 못 해…관계기관 책임 규명 요구

2026-11-05     우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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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1,530억 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12년 가까이 정상 운영되지 못한 영종하늘도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 입주민들은 시설의 정확한 구조와 관리 범위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향후 유지관리 책임과 비용까지 떠안을 수 있다며 정부와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영종구아파트연합회(회장 장준경)는 지난 4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열린 '영종 크린넷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장기간 정상 가동되지 못한 크린넷 시설의 폐지와 신규 설치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영종 크린넷 대책 공동협의체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주민·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영종구아파트연합회 장준경 회장과 김수성 공동집행위원장은 크린넷 문제가 단순한 시설 고장이나 운영 지연을 넘어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재산권과 관리비 부담, 시설 안전성에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 주민 편의시설이라더니…쓰레기차도 다니고 관리비까지 추가?

크린넷은 생활폐기물을 지하 관로를 통해 중앙집하장으로 이송하는 자동집하시설이다.

당초 쓰레기 수거 차량의 운행을 줄이고 악취와 환경 문제를 개선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크린넷을 정상 가동하더라도 모든 생활폐기물을 해당 시설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활용품 등 별도 수거가 필요한 폐기물은 기존 수거체계를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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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구아파트연합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크린넷을 가동하면 기존 쓰레기 수거체계에 더해 전력비와 시설 유지보수비, 고장 수리비 등 추가적인 운영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랜 기간 가동되지 않은 시설을 정상화하기 위해 상당한 보수비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존 수거방식과 비교한 경제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한 시설이 오히려 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도입 목적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 아파트마다 시설도 다른데…어디까지 주민이 관리해야 하나

연합회가 제기한 핵심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공동주택별 크린넷 시설의 유지관리 범위와 비용 부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크린넷은 아파트 단지마다 투입구 수와 지하 관로의 길이, 설비 구성, 설치 상태 등이 다르다.

따라서 시설을 정상화하더라도 단지별로 필요한 수리비와 유지보수 비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개별 공동주택이 어느 시설까지 관리해야 하고, 관로 파손이나 설비 교체가 발생했을 때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공시설과 공동주택 내부시설의 경계가 어디인지, 시설 소유권과 관리 책임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설 운영에 앞서 관리 주체와 비용 부담 범위를 문서로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준공 10년 넘었는데 도면조차 없다…시설 관리 어떻게 하나

준공도면 확보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영종구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준공된 지 10년 안팎이 지난 일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는 크린넷 설비와 지하 관로의 세부 준공도면이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관리사무소에서는 관로의 정확한 위치와 구조, 시설별 관리 범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 측 설명이다.

준공도면은 지하 시설물을 유지관리하거나 보수공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기본 자료다.

관로의 정확한 위치와 연결 구조를 알지 못한다면 고장이나 누수, 관로 파손 등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원인 파악과 안전한 보수작업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연합회 측은 관계기관에 도면 확보를 문의하는 과정에서도 자료 보유 주체와 담당 업무에 대한 명확한 안내를 받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관리사무소에 도면이 보관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관계기관에도 관련 준공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도면의 작성·제출·보관 여부와 관리 주체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연합회는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구 등 관계기관이 관련 자료를 확인해 공동주택에 제공하고 시설별 관리 책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 2023년 인계·인수 협약…LH의 선행의무 이행 여부도 쟁점

영종 크린넷은 2014년 준공됐지만 장기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시설에는 중앙집하장 4개소와 약 70㎞의 지하 관로 등이 설치돼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앞서 영종하늘도시 초기 입주율이 낮아 시설을 가동하지 않았고, 관련 기관의 인수·인계 협의도 지연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2023년 체결된 크린넷 인계·인수 협약에 따른 후속 조치다.

주민단체들은 LH가 시설 보수와 의무운전 등 협약에 따른 선행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시설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장기간 미사용으로 노후화된 시설의 보수비용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교체·수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지난해 반대 서명까지 제출…주민 의견은 얼마나 반영됐나

영종구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소속 공동주택들은 지난해 크린넷 운영에 반대하는 주민 서명을 취합해 관계기관에 내용증명으로 제출했다.

연합회는 이를 근거로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이미 공식적으로 전달됐음에도 운영 방향과 비용 부담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시설의 안전성과 경제성, 유지관리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설 정상화와 비용 부담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시설조차 정상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규 공동주택과 건축물에 크린넷 투입시설 설치를 계속 요구하는 정책의 타당성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와대 면담서 정부 차원 해결 요구…시설비 반환·피해배상도 촉구

영종 크린넷 대책 공동협의체는 지난 4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이어 국토교통부와 LH,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대표들은 크린넷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규 설치 중단, 장기 미가동 시설의 폐쇄 검토, 시설비 반환 및 피해배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영종구아파트연합회 측은 청와대 배진교 비서관과의 면담에서도 공동주택 주민들의 반대 입장과 유지관리 책임 전가 문제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특히 크린넷의 정상가동을 논의하기 전에 시설 안전성 검증과 준공도면 확보, 시설별 유지관리 범위 및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성 공동집행위원장은 영종 크린넷 대책 공동협의체 활동을 통해 공동주택 현장에서 발생하는 시설 관리 문제와 주민 부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장준경 영종구아파트연합회 회장 역시 이번 사안을 특정 아파트의 민원이 아닌 영종지역 공동주택 전체의 권익과 직결된 현안으로 보고 관계기관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 실패 비용을 주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영종 크린넷 문제는 이제 고장 난 시설을 고쳐서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막대한 공공재원이 투입된 시설이 장기간 정상 가동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시설 준공과 인수·인계 과정에서 관계기관은 각각 어떤 책임을 이행했는지, 앞으로 발생할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무엇보다 시설 운영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기본 자료와 관리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정상가동을 추진하기 전에 이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다.

주민 편의를 명분으로 도입된 시설이 정작 주민에게 새로운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정상가동을 전제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향후 운영비와 안전성, 환경적 효과, 기존 수거체계와의 경제성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기존 시설의 보수·재가동뿐 아니라 부분 폐쇄와 대체 수거방식 등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주민들이 그 판단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종구아파트연합회는 앞으로 소속 공동주택의 크린넷 준공도면 보유 여부와 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관계기관에 관리 책임과 비용 부담 기준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할 방침이다.

10년 넘게 작동하지 못한 크린넷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그 책임을 왜 주민들이 비용으로 떠안아야 하는가.

이제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영종구 등 관계기관이 구체적인 자료와 책임 있는 해결 방안으로 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