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水) 이야기
물(水) 이야기
  • 임우석 기자
  • 승인 2018.09.19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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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水) 이야기

  산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작은 기와집 마당에 흙놀이를 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농가에서 아버지는 헛간에 걸려있는 삽을 내려 어깨에 메고 아들을 부른다. 옆 마을 월송에 함께 가자며 벌써 저만큼 앞서가는 걸음을 따라 나도 신기한 세상을 구경할 듯 집을 나선다.

 르고 길다란 대나무 잎이 바람소리에 부대끼면서 나는 “사그락 사그락”소리에 골목길을 내려가면 내 발걸음을 반가와 하는 아랫집 바둑이가 “멍 멍멍” 짖어대고 저녁밥을 짓는 굴뚝의 연기가 오르고, 구수한 지푸라기 타는 냄새와 잘 어우러진 큰길로 내려가서 동구 밖 “비석거리”를 지나고 “장사리 다리”를 지나 옆 마을에 들어서도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길옆 수로의 흐르는 물만 보면서 걷는다.

 암마을 앞거리를 지나다가 논두렁 길로 접어들면서 어깨에 있던 삽을 내려서 수로 아래쪽으로 흐르는 물을 막더니, 곧장 우리동내로 흐르도록 물길을 잡으면서 “이제 됐다!”하면서 삽 자루에 묻은 흙을 “콸콸콸” 세차게 흐르는 도랑 가의 수초에 씻어내면서 석양노을이 “곡강들녁”으로 숨어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리조합에서 마을사람들이 서로 약속하기를 저녁부터는 송암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우리동내까지 바로 흘러서 밤사이 “대지”마을의 논으로 흘려 보내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중간에 물꼬가 트인 곳이 있어서 물줄기가 작아진 것을 아버지가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물꼬를 바로잡아 옆 마을에서부터 우리동내까지 물줄기가 잘 흐르도록 물길을 바로잡았다는 것을 나는 소년이 되어 알게 되었다.

  농사에는 벼가 자라나기 시작할 때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해 농사가 그릇된다. 또 다 자란 뒤에는 오히려 논바닥의 물기를 말려서 이삭이 잘 여물게 하여 풍년이 되게 한다.

 가위가 다가와 고향을 방문하면 삽 자루를 어깨에 멘 아버지와 함께 물꼬를 바로잡기 위하여 유년시절에 걸었던 그 길을 지나면서, 또 생각이 날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하던 반평생 전 물길을 잡아주시던 그 시간의 그리움은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이다 [영종뉴스 임우석 기자]

 

석양 영종도

(영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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