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 영종뉴스
  • 승인 2020.12.2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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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지내왔던 성탄과는 완전히 다른 주님 성탄 대축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을 유명한 거리에도 사람이 없고, 캐롤 노랫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듣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 오래전부터 이것을 바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영상으로 저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계신 우리 신자들, 주교님이나 다른 신부님들의 영상 미사를 드리는 분들 그리고 개신교 신자들은 비대면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을 것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리와 식당들에는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예수님의 생신에 왜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고 사랑을 나누는지, 생각해 보면 엉뚱한 축하와 사랑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이렇게 집안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억하고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제대로 된 모습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셨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라도 주님이 원하시는 길로 들어서는 ‘회개’를 하게 된 것이 아닐지요.

신공항성당 구유
신공항성당 구유

주님 성탄 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하여 강생하신 신비를 경축’하는 날이자, 시메온 예언자가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고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하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도 아기 예수님을 통해 구원의 희망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날입니다. 범죄로 인해 끊어진 하느님과 인간의 친교의 끈을 예수님께서 다시 이어주시고, 우리가 말씀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새로운 한 해 우리 교구민들이 함께 “기억과 감사의 해”로 보내기를 요청하시며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라는 신명기 8장 2절의 말씀을 주제 성구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지으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기 위하여,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똑같이 되시고 인간의 문화 안에서 인간의 언어로 우리에게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드러내셨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토록 크신 사랑을 받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우리는, 세상 삶의 어려움과 바쁨과 고됨으로 때론 하느님의 사랑을 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되었음에 처음에는 놀라고 두려워하였으면서도, 어느덧 그것을 잊고 이제는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는 신자들마저 생겨나고 있습니다.

주 그리스도의 탄생하심은 안일하게 살아온, 하느님의 사랑을 잊고 지내온 우리의 삶에 경종을 울립니다. 대림시기 동안 요한은 주님의 오심을 계속해서 알려주었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깨어 기도하라’ 말씀하시며 ‘익숙함과 나태와 냉담’에서 벗어나 ‘새날과 새 빛과 다시 오시는 주님’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요청하셨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성당에 모든 신자가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지 못함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래도 영상으로 미사를 드리고 있을 신자분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으로 행복합니다.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한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평화로움’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성당 가고 자녀들은 연인과 친구를 만나러 나가 성탄을 따로따로 지내는 것보다, 같이 모여 앉아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는 것이 바로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우리의 이 아름다운 모습이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십시오. 주님의 뜻을 따르려는 우리의 노력이 우리 자신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조금만 더 기도하십시오.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께서 은총의 선물들을 우리 안에 담아주실 것입니다.

  “저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 저희가 강생의 신비를 깨달아 기쁨에 넘치고, 어떤 어려움과 환난 속에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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