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성모신심미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성모신심미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 영종뉴스
  • 승인 2020.12.06 2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12월 5일 성모신심미사

 이 말에 우리는 놀라고 있을까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 말이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습니까? 무엇 하나에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건 성모님에게 일어났던 일이지 나에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성체가 예수님의 몸이라고 배우기는 했지만 그저 빵조각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천사의 알림이 소녀 마리아에게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그렇게 분명하게 이루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하느님 말씀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응답할까요?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성당에서도 서로를 사랑의 눈빛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큰 책임을 맡거나 더 많이 일하는 것은 손해인 것처럼 생각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이에게는 기분 나쁘게 꼭 한마디 하려고 하고, 열심히 하려는 이를 주눅 들게 만드려 하고, 부족해서 못 받으면 내내 기억하고 기분 나쁘다 하고, 틀리면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지금 시대에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미혼모에 대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돌 맞아 죽게 될 운명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일 거라고 믿고 있습니까?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작은 것을 못 하면 큰 것도 못 하는 것이고, 지금 안 하면 나중에도 못하는 것이며, 지금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중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하느님께서 그런 이의 삶에 특별하게 개입하시지 않는 한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여유 생기면 하겠습니다, 돈 좀 벌면 내겠습니다. 시간 될 때 단체 들어가겠습니다.’

  신자들이 뭘 하나 더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저에게 좋은 겁니까? 생각해 보니 참으로 이상합니다. 좋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서, 하느님 말씀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주님 안에 사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 사제로서 신자에게 조언하고 그 사람에게 좋을 말을 하면서 ‘왜 사제가 부담스러워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래야 하지? 하느님 말씀을 하나씩 깨달아 가면 그 사람이 행복한 것이고, 기도하고 봉사가 늘어나면 그 사람이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인데... ’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며 미안해했을까요, 말하기 부담스러웠을까요? 그런데 사제들은 왜 신자들에게 미사 나오라고 하면서, 성체 자주 모시라고 하면서, 성경 읽으라고 하면서, 단체 들고 봉사하라고 하면서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래서 이제 그런 마음 안 가지려고 합니다. 저는 신자분들에게 복을 드리는 말씀밖에 드리지 않으니, 거부하면 스스로 복을 거둬 차는 것일 뿐, 거부하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면 그만입니다. 거부하면 더 부탁 안 하면 그만입니다.

  아마 가브리엘 천사도 그럴 겁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네 몸과 마음에 들어가신다.”하고 알려주더라도, 우리가 그리스도를 모심으로써 누릴 영광과 행복만이 아니라 그분을 모심으로써 받아야 할 모욕과 멸시, 해야 할 희생과 기도와 봉사까지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가브리엘 천사는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알았다!”하고 떠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어린 소녀 마리아의 대답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한순간의 대답이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지 마리아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심이 마리아를 하느님께 이끌었습니다. 나약한 우리는 매일매일 새롭게 결심하고 되내어야 합니다. 오늘도 결코 ‘아무도 미워하지 않겠노라고, 내가 필요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봉헌하겠노라고, 하느님의 뜻을 찾고 흔들리지 않겠노라.’고 말입니다. 우리 안에 순명이 쌓일수록 더 큰 일을 맡기실 것입니다. 받아들일 만한 내공이 쌓이면 눈에 보일 만큼 큰일도 맡기실 것입니다. 죄를 멀리하고 작은 일들에 순명하십시오. 준비된 모습으로 기다린다면 천사가 여러분을 분명히 찾아갈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