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부의 신역학] 병신 육갑
[백광부의 신역학] 병신 육갑
  • 백광부
  • 승인 2018.08.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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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의 한 빌라에서 장애인입주시설을 결사반대한다는 통지문을 올려서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최근 대구의 한 빌라에서 장애인입주시설을 결사반대한다는 통지문을 올려서 지탄을 받고 있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영종뉴스 백광부] 요즘 젊은이들이 잘 쓰는 욕이 '병신'이다.  '병신 육갑하네'라고 한다.  인터넷에다 쓸 때는 머릿글자만 떼서 ㅂㅅ, ㅂㅅㅇㄱ 라고 쓴다. 자음만 나오니까 나이든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젊은이들 말로는 '병신'이라는 욕이 "입에 착착 감긴다"고 한다. 

이 육갑한다는 말은 사실은 역학에서 나온 말이다. 시간을 십간 십이지의 조합으로 육십갑자로 나누면 갑자 을축... 갑술... 이렇게 60갑자에 갑이 여섯번 나오는데 그런 육십개의 천간과 지지의 조합을 통칭해서 육갑(六甲)이라고 한다.

이 육갑을 요즘엔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으로 아카이빙한 것을 찾아내지만 예전에는 손가락으로 찾아냈다. 즉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개의 손가락 마디에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배정해놓고 삼합, 육합, 충, 파, 해, 등 역학 작용을 계산한다.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네 손가락의 마디는 모두 12개다. 엄지손가락으로 12개의 마디를 짚어가면서 합충파해를 계산하고 육십갑자를 계산한다. 엄지손가락으로 나머지 네 손가락의 마디를 짚어가는 그 모양새가 뇌성마비 장애인의 손가락이 비틀린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래서 뇌성마비 장애인에 빗대서 '육갑한다' 라는 욕이 나온 것인데. 다른 욕들과는 달리 장애인의 행동 모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비하하는 욕이라서 질이 매우 나쁜 욕이다. 욕을 하려면 차라리 성과 관련된 욕을 상대방에게 하든지. 굳이 제 3자인 장애인을 욕하는 데에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생각해보면 미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욕은 당사자와 관계없는 약자인 제 3자를 끌어들이고 약자를 비하하는 사회 분위기에 욕을 듣는 상대방을 결부시킴으로써 상대방에게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병신 육갑하네, 지랄하네 등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분위기가 없는 사회에서 장애인을 욕으로 쓸 수 있나? 욕이 되지 않는다. 장애인에 빗대는 말이 욕이 되려면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회분위기가 전제돼있어야 한다. 병신 육갑이라는 욕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참 유감스러운 욕이다.

병신육갑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 대구의 한 빌라 입주민들이 장애인 입주를 결사반대한다는 통지문을 빌라 현관문 앞에다 붙여놓아서 지탄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펜으로 한글자 한글자마다 장애인을 혐오하는 자신의 의지를 또박또박 담아 통지문을 올렸다. 장애인이 입주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요즘 그런 이유로 집값 안떨어진다. 입주민들에게는 어떤 욕을 해야 할까? 어찌 그런 사람들만 그 빌라에 모여 있나? 참 우연도 우연도... 더러운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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