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 영종뉴스
  • 승인 2020.10.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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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1일 연중 제28주일 강론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예수님이 이 세상에 사셨던 시대에 바리사이들과 특히 율법학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들이 위에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율법을 충실히 실천했을 뿐 아니라 율법을 해석하고 가르치기까지 했으니 자신들이 하느님과 더 가깝다고 여겼을 것이고 그러니 하느님 나라에 가는 데에도 자신들에게 특권이 있을 것이라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나라에 아예 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세리와 창녀들은 죄인들이요 마치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처럼 보였을 테니, 높으신 하느님과도 상관없는 존재들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리와 창녀들이 더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마태 21,31).’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으니, 이들이 자신들의 확고한 신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지 않는 이상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또한 주일미사만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는 이유로, 세례를 받았다는 이유로,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하느님 나라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바리사이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자기 탓 없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충실하게 옳은 선택과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면 하늘 나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보다 하늘 나라를 더 얻기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는 기준은 그들보다 분명 더 엄격합니다.

여러분은 신자로서 신앙생활에도 충실해야 하고 양심에 따라서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르기 위해 옳은 선택과 옳은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은 옳은 길이 무엇인지 더 쉽게 알 수 있고 또 주님의 도우심으로 믿지 않는 이보다 유혹을 물리치기 쉽기 때문에 기준이 더 엄격하다 해도 더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신자분들은 저에게 ‘신부님이니까 당연히 천국에 가는 거 아니에요?’ 하고 묻습니다만, 저 또한 여러분들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더 높은 자리와 책임을 맡은 이에게 더 높은 윤리적 덕행을 요구하듯이,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교회 안에서 더 크고 많은 직무를 맡은 이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그 요구는 우리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더 크게 느끼고 당신 안에 더 깊이 머물라는 요구이시기에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그리고 가톨릭의 중심인 이탈리아 로마는, 그리스도교의 초기부터 수많은 순교자를 내고 신심 깊은 사제와 수도자들 그리고 평신도들로 넘쳐나는 곳이었습니다.

중세까지도 열심한 신자들까지 시간마다 시간경을 바치고 미사 시간에는 마을의 모든 사람이 성전에 모였으며, 어떤 이들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자신의 몸을 편태로 쳐서 피를 흘려가면서까지도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열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기와 종교 변혁 시기를 거쳐 인본주의가 자리 잡고 시민 혁명과 산업 혁명이 이어지면서, 신 중심으로 생각되던 삶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전까지 유럽 전역의 정치와 경제와 법률과 모든 생활을 주도하던 교회의 지위가 축소되고 그리스도교인의 생활은 몸에 밴 습관 혹은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금요일에 금육하는 것을 일부러 기억하고 지켜야 하는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아무 생각 없이도 금요일이면 그냥 생선 요리를 먹는 날로 자리 잡혀 있다는 것이지요.

 더이상 하늘 나라의 잔치에 올 사람들을 유럽에서는 찾기가 어려워졌는지 차츰 남미와 아시아로 선교사들이 파견되고 복음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우리나라는 참으로 특별하고 독보적인 나라임이 틀림없습니다.

신자분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선교사 없이 교회가 시작된 것도 물론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초기에 겪었던 박해 이후에,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신자가 거의 싹을 감췄는데, 우리나라는 계속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 가톨릭교회가 전해졌을 때 신자의 규모는 그곳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컸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견디고 버티어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믿는 사람들이 순교하고 버티고 하면 되는 것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사실 가톨릭교회는 사제 없이 특히 사제를 서품할 수 있는 주교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사제 없이 시작되어 미사는커녕 사제의 교리나 강론 한 번 들어본 적 없이, 사제의 얼굴 한번 본 적 없이도 이미 수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목숨을 바쳤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늘 나라 잔칫상에 초대된 수많은 순교자와 성인들, 복자들을 가진 높은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너라.” 하느님께서는 그 어떤 이도 차별하지 않으시고, 이 먼 나라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당신을 알고 사랑하고 당신 나라를 얻을 기회를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하늘 나라 잔칫상에 꼭 앉아야 합니다. 우리 모든 삶의 중심은 오직 이것이어야 합니다.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하느님은 모든 이를 부르시지만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적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것 때문에 이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새 생명을 받았음을 기억하고 잠들기 전에 오늘이 마지막임을 생각하며, 이 하루가 하늘 나라 잔칫상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는데 또 올바른 예복을 갖춘 모습이었는지 꼭 체크하기 바랍니다. 하루하루를 주님께 생명을 받아 살아가고 주님 안에서 다시 죽음을 맞이하는 연습 속에서 우리는 분명히 성인에 가까워져 갈 것입니다.

주님이 허락하시는 날, 우리는 주님을 직접 뵙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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