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원장의 건강 칼럼]이열 치열
[김순기원장의 건강 칼럼]이열 치열
  • 김미혜 기자
  • 승인 2018.08.20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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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락암요양병원장 김순기
▲힐락암요양병원장 김순기

[영종뉴스 김미혜 기자]2018년 8월16일은 말복이다. 정말로 더운 여름이기에 8월 초부터 말복을 기다렸다. 대개 말복이 지나면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시원하여 잠은 잘잘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의 26일간의 열대야는 밤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만들었다. 올해와 비견되는 더운 여름은 1994년이다. 이때는 5월부터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없었으며 낮에 매우 더웠으며 장마도 없었고 7월 중순부터는 열대야가 나타나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양강 수위가 낮아져 물배급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였다. 광복이래 최고 더위라고 하였다. 그래도 8월 15일 저녁부터는 시원하기 시작하였고 비도 내리기 시작하였다. 올해와 같은 이런 더위가 지속되면 많은 사람들이 감기 증상으로 인하여 병원을 찾아온다.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으며 온몸이 아프고 식욕도 뚝 떨어져서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병원을 찾아온다. 약을 먹어도 안 좋아진다고 영양제를 맞고 싶다고 한다. 이 증상들은 여름 감기 즉 냉방병 때문에 발생한다. 치료는 몸 안이 차갑지 않게 해 주어야 하기에 가능하면 찬 것을 먹지 말아야 하고 따스한 물로 목욕을 하고 따스한 음식을 먹어야 빨리 좋아진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시원한 얼음 냉면을 먹으면 확실히 증상이 오래 간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면 환자분들이 “이열 치열 하라는 말이지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치열’처럼 똑 부러지게 말이 이해되는 것도 있지만 우리들이 수시로 사용하지만 정확한 뜻이 애매모호 하는 말도 있다. 자주 그리고 무심코 쓰는 말들의 근원을 찾다가 보면 거기에 담겨 있는 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의미를 담겨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그렇다. 대개 장이라고 하면 간장을 생각하고 자기 말이 맞이 않으면 손에 뜨거운 간장을 뿌려도 좋다고 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자기의 주장이 맞다고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그리고 자기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 말이 생기게 된 더 깊은 의미를 알고 싶어 여러 선생님들에게 물어보고 혼자 추론한후 이 말은 좀더 무서운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말은 그냥 ‘장을 지진다’라고 하여도 된다. 여기서 장은 한자어로 손바닥을 말한다. 옛적에 국가적으로는 역적 음모를 꾸민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집단에서 배신자라고 알려지게 되면 배후를 밝히거나 공범자를 색출하기 위하여 손톱 발톱을 뽑거나 송곳 등을 달구어 손가락 손 발가락을 지지는 형벌을 주었는데(장을 지짐) 이 형벌은 너무 고통스러워 거짓 자백을 하기도 하고 공범을 털어 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자기가 한일이 대의 명분에 어긋나지 않으면 그 무서운 고문에도 입하나 뻥끗하지 않고 이것은 불의라고 호통을 친 그야말로 대장부도 있었다. 이것이 전설이 되고 진짜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고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주장을 하거나 자기 한일이 틀리지 않다고 하는 것을 입증하는 말이 ‘장을 지져도 내가 옳다’고 하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 강한 의미를 주기 위해 ‘손가락”이라는 말을 덧붙여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하게 된 것이다. 감기 걸리게 된 것이 밖의 온도와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온도차이가 심해서 발생하였다고, 아마도 에어컨을 많이 켰을 것이라고 하면 환자분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고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애써 항변을 한다. 그러면 내가 웃으면서 이 말의 뜻을 설명하면 이 말을 취소하겠다고 한다. 나도 어떤 상황에서 누가 내 말을 믿어주지 않으면 이 표현을 쓰곤 했는데 최근에는 이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또 여름이면 환자분들이 감기에 걸려오셔서는 겸연쩍게 “개도 여름에는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는데 제가 감기에 걸렸네요. 처방전 부탁합니다” 하는 말을 자주 한다. 과연 이 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많은 가설 중에 가장 그럴듯한 설은 다음과 같다. 옛적에 많은 우리 가난한 선조들은 먹을 것도 없었고, 옷도 없었고 살 곳도 좁았지만 많은 아이를 낳아서 길렀다(가난한 집에 아이들이 많았다. 가난하면 불임도 없어 질까?). 뜨거운 낮에는 오직 차가운 우물물과 등목을 하면서 지냈고 밤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좁은 방이 아닌 마당이나 나무 아래 멍석을 깔고 모기를 쫒기 위해 모기불을 켜놓고 자야 했다. 반대로 잘사는 양반들은 시원한 음식을 먹고 일을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아주 경치 좋고 시원한곳을 찾아 더위를 피하면서 여름을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몸의 온도와 내 몸 밖의 온도가 차이가 나기에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양반들이 몸이 아프니 더위에 고생을 하면서도 이들을 수발하여야 하는 우리 가난한 선조님들의 심사를 꼬이게 한다. “개도 여름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데 우리 양반님을 이런 감기를 걸리셔서 어쩐대유” 생각해주는 척 하면서 우리 양반님은 개보다도 못하다고 강 펀치를 날린 것이다. 여름 감기 걸린 양반님이 무슨 말을 더하랴.

환자분에게 여름 감기 걸린 것은 잘 사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씀을 드리면 그럴듯하다고 한다. 옛날 개는 더운 밖에서 지냈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집에서 시원하게 지내는 오늘날의 개들은 여름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 드린다. “문제는 너무 시원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시원한 것 찾지 마시고 뜨거운 삼계탕 드시고 찜질방에 가서 찜질도 하세요” “그리고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말복이 지나 밤에 선선하여 질 테니 조금만 몸 관리하시면 됩니다.” 이 말이 작년까지는 통했는데 올해는 찜통 더위가 더 지속된다고 하니 갑갑한 마음이다. 조금만 더 참으시지요. 힐락암요양병원장 김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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