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7.20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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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9일 연중 제16주일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예수님의 별명 가운데 하나는 ‘비유의 달인’이지요. 그분이 사람들을 가르치실 때 쓰신 비유는 당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비유 말씀도 그들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하늘 나라를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종들은 밀밭에서 가라지가 자라는 것을 보고 주인에게 ‘가라지를 뽑아 버릴까요?’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르니 수확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밭은 세상이고 거기에 좋은 씨를 뿌린 이는 사람의 아들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선과 악이 뒤엉켜 있어서 그것들을 분리하여 모든 악을 없애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당시에도 사람들이 선과 악을 완벽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사람들의 정신을 이끌어가던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법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돕지 않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는 본보기가 되었고, 예수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즉 양심에서 외치는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지금은 선과 악의 경계가 더 모호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상대주의가 마치 ‘진리’를 개인마다 다르게 간직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하여 ‘죄를 죄로 인정하지 않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죄가 아니라고 믿게 만들고 있습니다. 밀과 가라지처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소명을 받고 이 자리에 있는 저와 여러분이 이 말씀으로 다시 한 번 주님의 말씀을 깊이 새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 말씀으로 우리가 속한 교회 공동체를 바라봅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를 지상에 보여주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라지 곧 악마의 자녀들이 함께 섞여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악마가 교회 안에 자신의 자녀들을 심어놓았다는 것입니다.
  복음을 보면,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고 합니다. 이 말은 악마가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일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수확 때까지, 끝까지 밀과 가라지가, 하느님의 자녀들과 악마의 자녀들이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섬뜩한 말씀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어두운 세상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에게서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완전무결할 수 없고 악마의 활동이 어느 정도 허용된 곳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도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끼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시겠지요.

  그렇다면 왜 악마의 자녀들을 뽑아낼 수 없는가? 해를 끼치는 이들을 치워버리고 더 완전한 교회를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것인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초반에 그들을 모아놓고 ‘유다가 나중에 은돈을 받고 나를 팔아먹을 놈이다’하고 가르쳐 주셨다면 어찌 되었을까요? 다른 제자들이 유다를 어떤 눈으로 3년 동안 바라보았을까요? 이것이 악마의 더 큰 그림일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자들의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마는 것이지요.

  우리가 악마의 자녀들을 뽑아 버리고 완전한 공동체를 지향하다가는, 자칫하면 교회 안에 사랑이 식어버리고 관용과 용서가 없으며 옳고 그름만 따지고 판단하는 율법주의가 자리 잡기 쉽습니다. 이것이 악마가 자신의 자녀들을 교회 안에 넣어둔 더 큰 그림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가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사제는 사목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신자들은 언제나 하느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하느님의 자녀이고 누가 악마의 자녀입니까? 하느님의 자녀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돌아설 줄 압니다. 유혹에 넘어갔다는 것을 가슴 아파하며, 자신이 또 무너졌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토록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하느님께 돌아올 줄 압니다. 그러나 악마의 자녀들은 돌아서지 않습니다. 돌아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똑같은 짓을 몇 번이고 몇 년이고 끊지 않고 하며 그 죄를 더 발전시켜 나갑니다. 더 큰 악을 일으키고 더 큰 돈을 훔치고 더 큰 방탕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교회 안에 들어와 하느님의 자녀들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으로, 순명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 기도가 다른 사람에게 악을 저지르기 쉽게 만들어 줍니다. 그 순명이 죄악의 발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그러나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서 우리는 힘을 얻어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당신의 천사들을 보낼 때 죄인들 즉 악마의 자식들은 불구덩이에 던져 버리며 그들은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라고 하십니다. 반대로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라 말씀하시지요. 예수님은 악마가 자식들을 동원하여 무슨 짓을 하든 당신이 승리하실 것임을 선언하신 것이고, 이로써 당신의 교회가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겁낼 이유가 없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이미 우리를 죄악에서 구원하셨고 당신의 승리를 교회 안에 주셨기 때문에, 이를 믿고 따른 사람은 결국 승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루하루 성령의 열매를 맺으면서 그리스도의 승리를 우리 삶 안에서 이루고, 하늘 나라를 이 세상에 확장시켜 나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