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6월 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6월 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 영종뉴스
  • 승인 2020.06.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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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미사중에 

주님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새로운 계약의 표징입니다. 인간을 위하여 인간에 의해 살해되시기 전날 밤에, 그분은 우리 가운데 언제나 함께 계시겠다는 증거로 이 성사를 세우셨습니다.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다가 생을 다하고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우리를 지탱하고 부양해 주는 나그네의 양식입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성체를 이룰 제병은 밀로 만들어집니다. 밀알이 으깨져서 가루가 되고, 그 가루는 물로 반죽된 뒤에 불에 구워져 빵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빵은 성령으로 인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완성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분은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셨고, 그 작은 생명의 씨앗이 사람이 되셨으며,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세례의 물로 축성되셨으며,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신 성령으로 충만해지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우리 또한, ‘그리스도화’ 되는, 그리스도처럼 되는 과정을 겪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세례로써 성령을 입었고, 잠시 후 세례를 받게 될 여덟 분의 예비신자들은 오늘 성령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세례를 받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시작인 것입니다. 세례받은 사람은, 이 세상에서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처럼 되기 위하여, 사랑의 상징인 성체가 되기 위하여 ‘으깨지는’ 고통을 겪어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오신 성령께서는 이미 우리 안에 계시지만, 우리가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포기하고, 인내하고, 참아 받고 견디어 내는’ 시간들을 통하여 당신의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성령이 임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할 때 그분이 임하신다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찾도록 이끄시고 우리가 사랑하도록 이끄십니다. 그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것만을 사랑하는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라,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 즉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이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까지 하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불가능한 사랑’입니다.

오늘 여덟 분의 새신자가 우리 공동체에서 주님을 함께 섬기게 되는 기쁜 날입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기쁨을 느끼지 않는 신자들이 분명 많을 것임을 압니다. 왜 기뻐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음을 압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신자가 되는 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도대체 자신이 주 예수 그리스도와 무슨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분과 자신은 무슨 관계인지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사실 수십 년을 신자로서 더 많이 살아왔다 하더라도 새 신자들에게 아무 모범이 되지 않는 신자들, 새 신자들보다 교리를 더 모르고 성경을 더 모르는 신자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하느님께 사랑받기를 원하면서, 그리스도를 만나 뵙기를 원하면서, 성령께서 이끌어주기를 바라면서, 왜 자신은 그 무엇도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스도인은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받은 사람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세례식에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서, 자신이 받은 세례가 무엇인가, 세례받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다시 깊이 묵상하고 생각해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미사중에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미사중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주 삼종기도 후 훈화에서, 할머니께로부터 배우신 짧은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 제 마음을 당신과 닮게 만들어 주소서.” 함께 해보겠습니다. “예수님, 제 마음을 당신과 닮게 만들어 주소서.” 마음이 닮아야 우리에게서 예수님을 닮은 행동이 나올 수 있는데, 예수님을 닮으려면 우리의 관심과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신경이 예수님을 향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과 신경의 안테나는 어떤 주파수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습니까? 교황님께서는 이 짧은 기도를 6월 예수 성심 성월 내내 우리가 많이 바치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행복의 중심에는 아드님을 보내주신 성부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 하느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때에도 이 사랑은 똑같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공간 안에 현존하는 것입니다. 성사 안에 현존하는 이러한 사랑의 공간 안에서, 우리도 성체를 흠숭하고 이 성사를 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현존케 하는 이 성사를 거행한다면,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 더 참을성 있고 관대하며 자비로워질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오시는 성체 안에 예수님을 마음을 다하여 정성을 다하여 내 안에 모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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