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17일 부활 제6주일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 다시 오겠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17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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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죽음을 앞둔 이에게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이기도 하지만, 죽음으로 단절될 사랑하는 이들과의 ‘단절’과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잊혀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앞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환자 돌봄을 위한 상담 교육에서 배운 바로는, 끝까지 그를 지지해 주고 늘 함께 있을 것이고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라는 위로의 말입니다. 물론 돌아가신 후에도 늘 함께 있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합니다. 죽음이 끝이라고 믿는다면 함께 있겠다는 것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으나, 하느님 안에서 사람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나 죽으나 모두 하느님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다가 살아나신 것은, 바로 죽은 이들과 산 이들의 주님이 되시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가 살아도 주님의 것이오, 죽어도 주님의 것임’을 분명하게 가르치셨지요.

  그런데 요즈음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가뜩이나 요즘 세상에는 병원에서 온갖 의료 장비를 몸에 연결한 채로 가족들도 시간마다 잠깐 보다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잠시의 만남마저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장례 때에도 충분한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돌아가신 분이야 어쩔 수 없지만, 떠나보내는 가족들도 마음이 많이 아플 것입니다. 서운하고,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겠지요.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2’에 이런 기도를 포함하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때로는 가슴이 매어지는 매장 방식에 상심하며 울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여 주소서. 앓고 있는 이들을 염려하면서도 확산 방지를 위해 가까이 있어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소서.”

  그런데 예수님은 역시 예수님입니다. 당신의 죽음에 대한 마음보다 당신을 믿는 이들에 대한 마음이 더 크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남기신 말씀의 일부인데, 당신이 곧 떠나야 하실 것을 아시면서도 당신의 앞날이 아니라 당신을 떠나보낼 제자들에 대한 걱정이 훨씬 더 커 보이지요. 다른 보호자 즉 진리의 영이신 성령을 보내실 것과 고아로 버려두지 않으시고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또한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 이를 사랑하시고 그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일 것까지 약속해 주셨지요. 예수님의 사랑이 당신이 겪으실 고통과 죽음을 뛰어넘도록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자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혼란에 빠졌고 두려움에 고아들처럼 골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금세 이루어졌고, 제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당신을 믿는 이들과 늘 함께 있음을 깨닫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번 약속해 주셨지요.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기도를 드릴 때 주님께서 분명히 듣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그분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부르면 언제나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지요. 그런데 우리는 늘 그분과 함께 있으려고 합니까? 주님이 말씀하시고자 하실 때 늘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까? 생명을 주신 분과 생명을 받은 사람,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과 기도를 바치는 사람, 세상적으로 봐도 갑을 관계가 너무나 명확히 드러나는데 우리의 모습은 어찌 우리가 주님께 ‘갑질’을 하는 듯해 보입니다. ‘기도를 들어주세요. 안 들어주면 확~ 그만 두겠습니다. 더 안 합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시고도 우리들이 눈에 밟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시고 깨닫게 해주시려는 애틋한 예수님의 마음이 전해지는데, 우리는 받은 것에 감사하기는커녕 원하는 것은 하나라도 더 뽑아먹으려는 요즘 말하는 소위 ‘등골 브레이커(부모님의 등골을 부서트린다는 뜻으로 불효를 뜻한다.-네이버 국어사전)’ 같아 보입니다. 물론 저도 청하는 기도 자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들어주실 수 있는 분’이기에 하는 것이지, 기도에 전제를 다는 것은 올바른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복권 1등 당첨시켜 주시면 절반을 봉헌하겠습니다” 이건 여러분이 생각해도 좀 그렇죠? 제가 좋아하는 시편의 한 구절입니다. 이런 마음이 우리 기도의 밑바탕이 되어 우리에게서 아름다운 기도가 노래가 되어 나오기를 희망하며 함께 나눕니다. “정녕 당신 앞뜰에서 지내는 하루가 다른 천 날보다 더 좋습니다. 저의 하느님 집 문간에 서 있기가 악인의 천막 안에 살기보다 더 좋습니다.(시편 84,11)”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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