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2020년 5월 7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2020년 5월 7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8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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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뒤에 오늘의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배반한 유다 이스카리옷의 발도 씻겨주셨을까요, 안 씻겨주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발도 씻겨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바로 이어서 27절에 “유다가 그 빵을 받자 사탄이 그에게 들어갔다.”는 말씀이 나오며 유다의 배신행위가 시작되지요.

예수님께서 유다의 발까지 씻어주셨다는 것을 바라보면, 지금 우리의 삶에서 더 바짝 긴장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합니다. 누구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나고 누구는 ‘흙수저’로 태어나고, 누구는 거짓과 사기와 아첨과 부정부패로 재산과 권력을 손에 쥐고 누구는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도 죽는 날까지 집 한 채 소유하기도 힘든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물론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큰 집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신학생이 되어서는 공부를 썩 잘했던 형의 학비를 대주지 못하는 집안 형편으로 제가 학교를 휴학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부족했어도 저와 형은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고, 저는 신부가 된 이후에는 누구보다도 부자입니다.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어느 순간 든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와 드라마가 우리 마음속에 금수저와 흙수저를 나눠놓은 것이지, 사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더구나 금수저와 흙수저가 행복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명백한 사실임을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을 바라보며 ‘오~’하는 것은, 이미 그를 재물이라는 가치 기준으로 평가해 버린 것이지요. 그러니 금수저로 태어난 이는 오히려 재물이라는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 다른 가치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 부담이 있는 것입니다.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재물’이 나 자신의 가치 기준이 되지 않게 태어난 것 즉 오히려 평범하게 태어난 것이 훨씬 더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누가 금수저로 태어났고, 누가 나쁜 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그것이 어찌 부러워해야 할 것이겠습니까? 나쁜 짓을 했으면 세상에서든 이 세상을 마치고 나서든 그에 합당한 벌을 받겠지요. 그러므로 그들이 이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았다고 해서 그것이 불만이거나 불공평으로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배신할 것을 아시면서도 유다 이스카리옷의 발을 씻어주신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속으로 ‘네가 나를 배신해? 나쁜놈!’하시면서 일부러 아프게 씻어주기라도 하셨겠습니까? 예수님은 배신하리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당신의 ‘발씻김’으로 그가 하려던 일을 하지 않기를, 그 감당하지도 못할 죄 때문에 하느님 나라를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시는 마음으로 닦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선택은 유다 이스카리옷 자신이 한 것이지요.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유다는 느낄 기회가 많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적셔 주는 자’가 바로 ‘그’라고 하시면서 유다에게 빵을 건네셨을 때, 다른 제자들은 몰랐어도 유다 그 자신은 분명히 알았습니다. 또한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비극인지 알려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하고 말입니다. 우리도 자기 자신을 잘 바라보며 지내야 합니다. 혹여 요즘 너무 편안해서, 풍족해서, 걱정이 없어서 혹은 그 반대라도 하느님과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과 멀어져도, 죄를 지어도 이 세상에서 단죄하시지 않습니다. 그분은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셨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해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자비하신 분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세상에서입니다. 죄를 지었어도 단죄하지 않으시고 죄를 지을 것을 아시면서도 사랑해 주시는 주님께 우리도 충실과 성실함으로 보답해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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