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6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6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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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어느 부부가 매일 아침 차를 타고 함께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어머나! 다리미를 안 끄고 나온 것 같아!” 남편도 놀라서 급히 차를 돌려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들어가 보니 다리미는 꺼져 있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하는 차 안에서 아내가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나! 오늘은 진짜 다리미 켜두고 온 것 같아, 확실해요!” 남편은 혹시라도 집에 불이 났을까봐 또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다리미는 꺼져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에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다리미를 끄고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어떡하지?” 그러자 남편이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차 트렁크를 열며 말했습니다. “여기 있다. 다리미!”

  사실 오락가락했는데, 확인해 보니 다리미를 끄고 나온 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같은 일도 반복되면 다행이라고 느끼는 마음보다 짜증스러운 마음이 커지기 시작하지요. 나이가 들수록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그러니 이 남편은 꽤 괜찮은 남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짜증 내기보다는 더 확실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것이 곧 성부를 믿는 것’이며, 당신은 빛으로서 이 세상에 오셨다고 알려주십니다. 빛으로 오신 것은 당신을 믿는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물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아마 우리 신자분들도 가끔 깜빡하고 기도를 빼먹기도 하고, 또 ‘내가 기도를 했나, 안 했나?’하며 의아할 때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가끔 이러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밥을 차려놓고 앉아서 ‘내가 방금 식사 전 기도를 했나, 안 했나?’하고 생각할 때가 있지요. 물론 우리 열심한 신자분들이야 기억이 안 나면 한 번 더 하고 식사를 하겠지만, 혹시라도 잊어버리고 안 하고 먹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자주 하느님을 생각하고 늘 그분과 함께 살아간다면 말입니다. 밥 잘 먹어놓고는 모른 채 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교리가 믿을 만한지, 믿으면 뭐가 도움이 될지’를 생각한 결과이거나 ‘인간의 문제에 대한 윤리적 선택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닙니다. 이런 마음으로 세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삶을 바꾸겠다는 결심이고, 새로운 눈으로 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겠다는 즉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완전한 변화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선택에서 우리는 인류를 구원하신 사건을 만나고 그 사건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선택했으니 세례성사는 시작의 날이며, 우리는 완성의 날까지 계속해서 그분을 만나고 그분을 바라보고 그분처럼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이 마음을 품고 이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가고자 노력한다면, 우리가 가끔은 세상일에 바빠 잠깐 잊더라도, 가끔 기도를 깜빡하더라도 문제없습니다. 빛이신 주님께서도 우리가 어두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비춰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불꽃놀이의 불꽃처럼 잠깐 환하게 비추고 사라지는 빛이 아니라,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영원히 비추는 평화의 빛이십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다시 몸을 돌려 그 빛을 바라보기만 한다면,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얻게 될 것입니다.[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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