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 “때는 겨울이었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 “때는 겨울이었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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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신부

복음에는 이어질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짤막한 문장이 이따금 등장합니다. “때는 겨울이었다.”와 비슷한 문장, 떠오르신 게 있으신가요? 요한복음 13장 30절에 있는 “때는 밤이었다.”가 생각이 나셨겠죠?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 전, 베드로 사도는 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 옆에 있었지요. 추운 사람은 자연스럽게 뜨거운 불에 다가갑니다. 불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발은 자연스럽게 따뜻한 곳을 찾아 움직이지요.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감정에 의해 움직입니다. 추위에 떠는 영혼은 자연스럽게 거룩한 불에 다가간다는 것이지요.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그들은 그분을 사랑하는 달콤함을 모른 채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습니다. 그들이 주님께 던지는 질문은, ‘그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믿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답하는 대로 올가미를 씌우겠다는 의미이지요. ‘그들의 몸은 그분 옆에 있었지만 마음은 아주 멀리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내 앞에 나타나시면 믿겠다.” “기적이 일어나면 믿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생각을 죽는 날까지 꺾지 않는다면 그들은 끝까지 믿지 않은 유다인들과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세상 것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가득 채운다 해도, 소유의 뜨거움은 순간이며 헛된 망상일 뿐, 영원하지도 않을뿐더러 남기면 다툼과 단절만을 남길 뿐입니다.

“때는 겨울이었다.”는 문장은 그들 영혼의 차가움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차가움이 ‘뜨거움’으로 변하려면 ‘아버지와 나는 하나’라고 말씀하시는 그분과 하나가 되어 ‘성령의 뜨거움’을 간직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빛’이라는 성화에서 ‘문고리가 없는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의 모습처럼, 그분은 당신께서 양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셨는지 알고 계시며 무엇을 주시려고 하는지도 알고 계시지만, 양들이 그분의 손에서 떨어지기로 스스로 선택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속이 차갑다면, 삶이 헛되고 그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봐도 공허한 느낌이라면, 뭘 해봐도 안 된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예수님께 다가가야 합니다. 발로 성당에 오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과 삶이 예수님께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 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봤으며 매진해 봤으며 열정을 바쳐봤습니까? 100년을 행복하려고 그렇게 해보았으면, 영원한 삶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따르는 것이 어렵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분이 먼저 우리에게 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는 이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에 힘입어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잘되라고 할 수 있는 뒷바라지라는 뒷바라지는 다 해줬는데!’ 자녀들이 다 커서 챙겨주지 않으면, 서러움을 느끼는 부모들이 이런 말 하지요? 그럼 하느님은 당신 말 안 듣고 결국 당신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요? 우리는 자녀를 위해 ‘죽기까지라도’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분은 실제로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으니 말입니다. 같은 부모 입장에서 오늘은 하느님 말씀 좀 제대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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