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4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4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4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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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신부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왜곡되어 버린 아버지의 뜻을 다시 깨닫게 하시려고 고군분투한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뒤에 예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많았다가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믿음이 약해졌고, 한국교회가 시작될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지만 지금은 그런 믿음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안정되고 편안해지면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지는 끊임없는 어려움들이 우리의 믿음을 더욱 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하느님께서 그것을 원하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창이던 때에는 다른 사람과 닿는 것만으로도 걱정을 했지만, 이제 좀 안정화 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연휴를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지요. 이번 연휴가 마지막 고비라고 여겨지는데 아무 탈 없이 지나가기를 기도해 봅니다.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한다.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다.”

  엔도 슈샤쿠라는 일본 가톨릭 소설가의 가장 유명한 책 중에 하나인 ‘침묵’에 나오는 말입니다. 일본 관리가 페레이라 신부에게 배교하라며 예수님의 얼굴이 담긴 성화를 밟으라고 하자, 신부의 귓속에 맴돈 예수님의 목소리이지요. 순교자들에 대한 글을 읽으며 때론 제 자신에게 ‘나는 순교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베드로 사도처럼 호언장담을 했다가 다음 날 바로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수 있으니 대답이 곧 실행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물론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저를 바라볼 신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지요. 신자분들이 바라보고 있는데 신부라는 사람이 어찌 배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박해시대 때 그 젊은 주교님과 젊디젊은 신부님들이 더 용감하고 씩씩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굳센 믿음으로 당신네를 바라보고 있는 신자분들의 영향도 꽤 컸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종교는 사회적으로 보자면 도움이 되는 집단은 아닙니다. 물론 사회적인 기준으로 볼 때에 말입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종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요. 그러나 종교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고,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역할을 하면서 심지어 목숨을 바치더라도 종교는 바로 그 역할을 해내야만 하지요. 예수님께서 인류를 위해 죽으신 그 죽음을 그분을 믿는 이들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먼저 해야 하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아예 신도들을 양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그들을 위해 죽을 생각 자체가 없는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불쌍합니다. 그래도 신부들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해낼 수 있을까, 없을까!’를 고민하는데 말입니다. 우리 신자분들도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으로서, 언제든 이웃을 위해 예수님처럼 되어야 한다는 결심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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