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3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생명주일)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3일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생명주일)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3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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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주간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당신께 맡겨주신 이들이 당신께로 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우리는 성부 하느님께서 아드님께 맡기신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룩한 부르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은 배워서 알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신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한 느끼지 못함에도 느낄 만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음도 보입니다. 우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음을 느끼고 싶다는 열망을 가져야 합니다. 사회에서는 높은 사람이 자기 곁에 두려고 불러주기를 바라면서, 윗사람이 부르지도 않았음에도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하느님께서 불러주셨음에도 그 목소리를 귀기울려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이상한 모습입니다. 부르심을 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부르심을 받은 사람으로 살아보십시오. 주님의 말씀을 들은 대로 실천하고, 기도와 전례가 삶의 중심이 되고 내 삶을 온전히 감싸 안게 해 보십시오. 물론 하루이틀 해 보고 ‘아니다’ 할 내용의 것은 아니지만, 부르심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생활을 기쁘게 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부르심을 받았음을 느끼게 될 것이고 또한 주님께서 나의 어떤 모습을 원하시는 지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다. 그러나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들의 목자다.”

예수님께서는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라고 알려주십니다. ‘문을 두드리시는 예수님’ 성화를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영국의 화가 William Holman Hunt가 그린 ‘세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지요. 이 성화에 있는 문에는 손잡이가 없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입니다. 문은 안에서 열어야 즉 우리가 열어드려야 우리 안으로 들어오실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이 성화를 보고 이런 묵상을 하셨지요.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우리 삶에 당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고 하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명령하거나 완력을 써서 강제로 우리 삶을 침범하지 않으시고 마치 아기가 엄마 품에 안기려고 매달리는 것처럼 우리에게 부탁하십니다.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에게도 애정이 필요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당신께 마음을 열어드리며 당신을 돌보아 주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러나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오려는 세력들도 있습니다. 물론 간혹 악한 세력에게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받아들인 인간들을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들에게 문을 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마음의 문을 강제로 열려고 하고 거짓 속임수로 열기도 하며 고통으로 우리 마음의 문을 부숴버리기까지 합니다. 하느님의 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그것이 이득이 될 것 같아서, 하느님께 한 주를 보낸 감사와 찬미의 인사를 올리고 새로운 한 주를 살기 위해 필요한 은총을 얻는 것보다 가족끼리 나들이나 여행을 가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고 필요한 것 같아서, 갑자기 찾아온 어려움을 버거워하다가 기적을 일으키시거나 소리를 내어 답을 주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저버리고 돈 몇 푼 쥐어주면 답도 아닌 답을 주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혹은 그것도 믿지 못할 거면서도 그런 곳을 찾아가지요.

우리가 죄를 짓고 후회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참 목자이신 분 말고 도둑이며 강도가 마음에 들어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털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즉 마음속에 있는 재산을 털렸기 때문이지요.

사이비 종교들이 어떻게 포교를 하는지 이번에 잘 알려진 신천지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상담이나 검사로, 궁핍한 젊은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제공하고 성경을 공부하도록 하는 것 중 무엇 하나 정말로 그 사람을 위한 것이 있어 보입니까? 상담이나 검사로 기본 정보를 얻어내어 포교 전략을 짜고, 아르바이트를 시켜서 번 돈은 무슨 명목을 만들어서라도 도로 자기들이 가져갔습니다. 성경을 공부한다고 데리고 가서는 성경책만 펼치고는 하느님 말씀이 담긴 성경에서 하느님 말씀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사람의 말만 공부시켰지요. 거짓 종교 거짓말쟁이들은 결코 작은 것 하나라도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는 척 하면서 모두 앗아가 버리지요.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입니다. 그들은 결국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하느님 안에 있어야 할 영혼을 앗아가 버리지요. 도둑이며 강도인 그들에게 결코 우리의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이것과 반대입니다.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 고통받고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세상 어느 종교에서 신이 인간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았습니까? 어느 사이비 종교에서 누가 신도들을 위해 희생하고 고통받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런데 우리 주님은 인간을 위해서 전부 주셨습니다. 마치 중병에 걸린 자녀를 대신하여 아프고 싶어하는 어머니처럼, 자신이 죽어서라도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라고 말씀하신 하느님은, 우리가 힘들 때 여러분의 어머니보다 더 괴로우시고 우리가 아플 때 나보다 더 아파하시는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전에는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이제는 여러분 영혼의 목자이시며 보호자이신 그분께 돌아왔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오직 우리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따라 걸어가야 합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를 성부께로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열심히 들으십시오. 그분은 성경을 통하여 말씀하시고, 강론을 통하여 말씀하시며, 이웃을 통하여 말씀하시고 성가를 통하여 말씀하시며, 우리의 그 깊은 곳에 있는 양심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바라보고 계심을 기억하며, 목자의 곁에서 벗어나면 늑대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되듯이, 주님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고 늘 함께 머무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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