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1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5월 1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5.02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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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스위스의 번화한 거리를 한 노인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다 때때로 허리를 굽혀 땅에서 무언가를 주워 주머니에 넣고 있었습니다. 마침 순찰하고 있던 경찰이 그 노인을 발견하고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가서 물었습니다.
“어르신, 아까부터 계속해서 무언가를 주워 주머니에 넣으시던데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 것을 습득하면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혹시 모르셨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노인의 말에 더욱 이상하단 생각이든 경찰은 주머니에 든 것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노인은 주머니에 든 것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경찰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유리 조각이었습니다. 순간 당황해서 의아한 표정을 하는 경찰에게 노인이 말했습니다.
“혹시나 길을 가다가 아이들이 밟아서 다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 노인이 스위스의 교육학자이자 고아들의 대부로 알려졌으며 어린이의 교육에 있어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페스탈로치였습니다.(따듯한 하루 중에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 살게 하시는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가 매일 새로운 힘을 얻어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그분의 몸을 받아 모시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이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과 또 하느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모습을 따라 살아주기를 바라시지만, 보통은 단숨에 당신을 따라잡기를 원하시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며칠 전 강원도 양양군의 작은 마을에서 카자흐스탄 불법체류 노동자가 불이 난 원룸 건물에 올라가 입주민 10여 명의 대피를 도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대피를 돕는 과정에서 몸 여기저기 중증 화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임이 들통나 강제 출국을 당할 것이 두려워 소방차가 온 뒤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물론 이 상황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를 돕기 위해 나섰고 지금은 치료를 잘 받고 있으며 국내 체류 허가도 받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구하려 뛰어든 그 모습은 참으로 예수님을 닮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렇듯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몸과 피를 내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이웃이 피를 흘리지 않고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애쓰는 작은 희생들을 바라십니다. 누군가 다칠까 위험한 것을 치워주고, 누군가 넘어지면 손을 내밀고, 심한 갈등 속에 있는 이에게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해 주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예수님의 모습들이겠지요.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이웃을 돕는 것은 넉넉한 사람의 몫이 아니고, 이웃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의 몫도 아닙니다. 조금은 불편해도, 조금은 곤궁해도, 드러나지 않게 낮은 곳에서 이웃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한 삶을 뒤로하고 어려운 이웃의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내 삶이 예수님을 닮았으면 내 주변이 이미 하느님 나라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계실 때 돈은 없으셨습니다. 시간도 없으셨습니다. 다만 하느님을 소유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안에 머물고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신다면,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7)”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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