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의 기고] 그리스가 주는 교훈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의 기고] 그리스가 주는 교훈 국민이 깨어있어야 한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4.26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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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남단에 있는 나라 그리스. 15세기 중반부터 약 400여년간 이슬람국가인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아오다 1822년 독립을 선언했지만실제 독립은 그로부터 7년 후인 1829년 2월 25일 런던회의에서 정식으로 독립을 보장 받았다. 그리스 인구는 2019년 말 현재 1,070만명으로 우리의 서울시 인구와 비슷하다. 1인당 GDP는 우리보다 조금 낮은 27,800달러 이다.

유럽 국가 중 그런대로 살기 괜찮은 그리스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1년 10월 총선 부터이다. 당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이끈 좌파 사회당이 총300석 의회의 173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 때부터 그리스의 운명은 달라지게 됐다. 파판드레우는 1981~1996년까지 11년간 그리스를 통치했다.

그리스 정부는 공무원부터 늘렸다

파판우레우가 처음 집권한 1981년 그리스 공무원은 30만명이었다. 구제금융이 들어간 2010년에는 90만명으로 3배로 불어났다. 이 무렵 취업 인구 4명 중 한 명꼴로 공무원이었다. 공무원 증원은 단기간에 손쉽게 고용을 늘릴 수 있는방법 이었다. 공무원은 신분보장은 기본이고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보장받고 친정부 세력이 됐다. 무리하게 공무원을 늘리고 복지 혜택을 펴준 결과 나라 빚은 천문학적으로 쌓여갔다. 1980년 그리스 국가 부채는 16억유로 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2000년에는 92배인 1482억유로까지 늘어났다. 국가 부채는 2018년에는 184.8%까지 상승했다. 급기야 부채를 갚기 위해 항구.공항.섬.유적지.호텔.해변 등 정부가 가진 시설물을 닥치는 대로 해외 민간 자본에 팔아 넘겼다. 자난 10년 동안 약 12조원어치를 민간에 팔았고, 앞으로도 약 52조원어치 이상 더 팔 계획이다. 작년 그리스 경제 규모(약250조원)의 4분의 1이 넘는 금액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면 다 줘라”

재정적자 매꾸기 위해 최대 항구도 중국에 팔았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국민이 원하면 다 줘라”였다. 시간을 돌려보면 2000년대초부터 그리스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0년 국가 파산위기에 처한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매꾸기 위해 최대 항구이자 아테네의 관문이라 불리는 피레우스항을 중국에 팔고 말았다. 파레우스항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이 교차하는 매우 중요한 항구이다. 이런 항구를 중국 원양해운기업(COSCO)에 넘겼다. 파레우스항엔 그리스 국기가 아닌 중국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것도 부족해 피레우스항에 이어 둘째로 큰 항구인 테살로니키항의 운영권도 2018년 다국적 기업에 넘겼다. 뿐만 아니라 로도스섬 공항 등 14개 지역 공항 운영권은 독일 자본에 팔렸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총 3100억 유로(약 41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때 세계 1위 해운 강국이며 세계가 자랑하는 고대 문명의 산지인 그리스의 비참한 모습이다.

한국도 4.15총선에서 여.야 모두 현금살포 공약

그리스 정부의 나라 살림은 오직 무상 지원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당시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무료화부터 전 국민 대상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했다. 또 65세 이상 무주택자에겐 주택 수당으로 월 360유로, 우리 돈 약 48만원을 지급하고, 1인당 가구엔 매달 200유로(약 27만원)을 나눠줬다.

국회에 야당이 있었지만 힘이 없었다. 포플리즘의 달콤함을 맛본 국민과 기득권층이 돼버린 공무원, 그리고 노동조합은 야당의 반대 목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았다.

한국도 얼마전에 4.15 총선을 마쳤는데 결과는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여당이 개헌 빼고는 다할 수 있는 압승(180석)을 거뒀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의 이슈가 현금살포 공약이라고들 한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 대상의 현금살포 공약이 난무했다. 이런 공약은 여.야할 것 없었다. 정치권의 긴급재난지원금 일지를 보면 3월 30일 정부가 나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한 지급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4월5일 황교안 당시 통합당 대표가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공약했고, 다음날 질세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소득 관계없이 전국민 지급을 공약했다. 더 웃지 못할 공약은 어떤 당은 18세이상 국민에게 1억원씩 나눠주겠다고도 공약했다.

포플리즘은 국민이 뿌리쳐야 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포플리즘이다. 포플리즘은 도박이나 마약같이 멀쩡한 사람도 한번 빠지면 좀처럼 구렁덩이에서 나올 수 없다. 한번 공돈 맛을 본 국민들은 좀처럼 그 황홀함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유혹에 눈멀면 우리도 그리스의 전철을 밝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도박이나 마약은 처음부터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포플리즘을 단호히 뿌리쳐야만 한다. 어려울때 일수록 정공법으로 이겨내야 만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책은 다가올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라는 차원에서 고용유지 지원금을 기업에 주고 있지만 이것으로 실업대란을 막을 수 없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 전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이다. 다시말해 지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법은 재고 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오늘이 있기까지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었다. 중동의 사막에서, 독일의 탄광 등에서 종자돈을 만들어 오늘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나라가 망가진다는걸 알면서도 그리스인들은 마약과도 같은 복지혜택의 사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는게 그리스가 주는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한국이 그리스처럼 되지 않을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강 천 구(姜 天 求)

인하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서울공대 최고산업전략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부터 2012년 8월까지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근무 했다. 주요경력으로는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이사(개발지원 본부장), 지식경제부(현,산업통상자원부)광업조정위원회 위원, 통일부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사, 현대제철 자문위원,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에너텍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주필,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한국광업협회 자문위원, 세아홀딩스 고문 등을 거쳤다. 현재 세아베스틸 사외이사겸 감사위원,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원을 선점하라”가 있다. 현재 인하대에서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북한 지하자원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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