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21일 부활 제2주간 화요일 “내가 세상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는데, 하물며 하늘 일을 말하면 어찌 믿겠느냐?”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21일 부활 제2주간 화요일 “내가 세상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않는데, 하물며 하늘 일을 말하면 어찌 믿겠느냐?”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4.2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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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가?”하는 주제로 공모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1등으로 뽑힌 내용은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이’였다고 합니다. 상상해 보니 그래 보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아빠 엄마와 함께 수영복을 입고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이의 행복을 누가 앗아갈 수 있겠습니까? 다른 내용으로는 ‘집안일을 마치고 휘파람을 불며 아기를 목욕시키는 사람’, ‘작품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붓에 물감을 묻히는 화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땀을 닦는 외과 의사’ 등이었다고 합니다. 행복은 바로 우리 일상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며칠 전 세월호 6주기를 지나왔습니다. 아직도 자녀들을 잃을 수백의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그 슬픔은 6년이 지났어도 이 즈음만 되면 다시 북받쳐 올라오겠지요.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겁니다. 세간에는 ‘목숨값’이라는 단어를 나불거리며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목숨값으로 10억을 받았다 한들 자식 잃은 슬픔이 없어졌겠습니까? 유가족들이 얼마를 받았는지 또 실제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저는 잘 모릅니다만, 부모요 조부모인 신자분들 중에서는 10억과 자식을 10억과 손주 하나를 바꿀 분이 있겠습니까?
  사고로 수많은 생명을 떠나보냈을 때 우리는 느꼈습니다. 행복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래에 행복하기 위하여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실로 그렇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지금’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각자의 삶 속에 담아져 있는데 그것을 지금 포기한다면, 은행에 저축하여 나중에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처럼 쓰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는 지금 느낄 행복들과 기쁨들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평범하다고 생각해온 지난 일상에서 느끼던 기쁨들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들은 분명히 우리 삶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지겹다’고 느끼지 말고 기쁨을 찾으십시오.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오겠습니까? 온 가족이 모여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식사도 기쁘게 하고 가족이 모여 기도도 하십시오. 또 기도하면서 느낀 것을 나누는 시간도 가져보십시오. 안 해봐서 어렵고 부끄럽고 어색하지, 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애인한테 사랑한다는 것 말고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왜 이렇게 망설였나?’하고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시기를 하느님의 뜻 안에서 가족들과 잘 보낸 분들은, 코로나19는 빨리 종식되어야 하지만, 이 시기가 끝나면 아쉬워서 아마도 이렇게 노래 부르게 될 것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하루만 하루만 하루만 내게 더 머물러요.”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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