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9일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9일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4.19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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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옛날 우리 신앙 선조들은 선교와 신자들의 교리 교육을 위해 시 형식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양반 계급이 아닌 많은 신자들이 글을 읽을 줄 모를뿐더러 박해 중인 교회가 당면한 교리책의 부족과 신앙 교육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천주가사’라고 부릅니다. 오늘날까지 밝혀진 천주가사는 약 200가지에 이르는데, 다음은 주님 부활에 대한 천주가사입니다.


『예수부활
단걸음에 뛰어서 달려가보니
성서에서 울리는 대풍금소리
즐거울손 금일이 부활이라네
죽음의 인생에서 졸던 인생아
영광으로 부활한 예수와 함께
알렐루야 개선가 불러가면서
성부의 대전으로 나아가면은
모든 것이 에덴의 내세계리라.』


  토마스 사도는 다른 모든 제자들이 함께 모여 숨어 있을 때 나타나신 예수님을 혼자만 뵙지 못했습니다. 아마 토마스 사도는 대장부 같은 성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같은 복음 11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얼마 전에 유다인들이 당신에게 돌을 던져 죽이려고 했던 곳에 다시 가자고 하셨습니다. 죽은 라자로를 살리기 위해서였지요. 제자들은 당연히 ‘죽을 뻔했던 곳에 다시 가려고 그러시냐’고 물었고, 예수님은 ‘가자’고 대답하십니다. 그때 두려움을 느끼던 제자들 안에서 토마스 사도가 나서서 외쳤습니다.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하고 말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함께 모여 숨어 있었던 그 시간에 토마스만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토마스 사도는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그에게 다른 제자들이 기쁨에 넘쳐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고 말합니다. 토마스는 서운했을 것입니다. 그는 두려움에 숨지 않았고 혹시 밖에서 사라진 예수님의 시신을 찾아 다녔는 줄도 모릅니다. 그도 분명 스승님이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었는데, 딱 본인만 없을 때 스승님이 나타나셨다고 하니 서운함에 속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자신은 ‘그분 손에 못 자국을 직접 보고 못 자국과 옆구리에 직접 손을 넣어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겠다’고 격하게 반응했을 것입니다. 우리도 자존심이 상하면, 평소에는 넘어갔을 만한 일에도 더 심각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여드레 뒤에 드디어 토마스도 예수님을 만나 뵙게 됩니다. 물론 토마스가 예수님께 혼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제자들보다 더 용기 있는 믿음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는 예수님을 향해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 앞에서 예수님을 하느님이시라고 고백하는 성경 속 유일한 장면입니다. 더구나 그 앞에 붙은 두 번의 “저의”라는 표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성부 하느님을 향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하며 하느님을 부르신 것을 기억하게 하는데, 이는 ‘그와 나’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관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저와 여러분은 각각 다 다른 집에서 다른 부모님에게서 태어났지만, 여러분과 저는 같은 아버지를 모시고 있지요. 물론 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형제요 자매인 것이고, 한 식탁에서 이룬 음식인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니 ‘식구’라 합니다. 우리는 아버지 하느님을 어떻게 모시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아버지의 부르심에 ‘네’하고 대답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자녀가 가장 훌륭하겠지만, 싫은 마음이 들어 ‘아니오’하고 대답했더라도 마음을 바꿔 다시 아버지 곁으로 와서 그분 말씀을 듣고 그분 뜻을 실천하는 자녀도 좋은 자녀입니다. 그러나 ‘네’하고 대답하고는 아버지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자녀와 아버지의 뜻에 관심이 없는 자녀는 아버지가 떠난 뒤에 결국 후회만 남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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