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신태보 복자의 옥중수기)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2일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 (신태보 복자의 옥중수기)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4.13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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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임금께서 너희를 모두 사형에 처하라 명하셨다. 네 마음을 돌릴 생각은 없는 게냐?”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나라가 번영하면 임금을 섬기고, 나라가 역경에 처하면 임금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미욱한 신하나 하는 짓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사가 순조로우면 교를 따르다, 어려운 세월을 만나면 그것을 버리는 것이 사교입니다. 관장 나리께서는 국법에 따라 처리하시오. 나는 내 신념에 따라 처신하겠습니다.”

  10년이 넘게 하느님을 믿으며 사제를 만나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성제에 참례해 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는 신태보 베드로 복자는, 끝내 신부라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미사를 한 번도 드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에게나 솟아나온 진실하고 항구한 믿음은 놀라기만 합니다. 우리 선조들 중에 신태보 복자뿐이었겠습니까? 신자는 있지만 사제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시간이 너무나 길었고, 그나마 사제가 우리나라에 있어도 만나는 길은 너무나 힘든 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이런 믿음을 간직한 선조들의 신앙을 물려받은 우리들의 믿음은 어떻습니까?

  한국교회사를 쓴 프랑스 달레 신부님은, ‘이런 순교자들을 보며 우리는 무슨 낯으로 하느님을 뵈올 것인가?’하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부활의 기쁨을 맛보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너무나 위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도 위기이지만, 믿는 이들에게 찾아온 심각한 믿음의 위기 상황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관심을 갖는 신자들이야 그래도 애써 신앙을 유지하고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기 위하여 애를 써왔지만, 관심이 부족하고 주일미사만 겨우겨우 나오던 신자들 중의 많은 수는 주님의 부활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저에게조차 위기는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본당에서 공식적인 미사가 중단된 후, 이틀을 놀고먹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약 40일 동안 철저하게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성주간이 시작되려는 즈음, 위기가 찾아오더군요. ‘이게 뭔가!’하는 ‘허무함’과 함께 찾아드는 게으름과 느슨해짐 등이었습니다. ‘허무함’ 즉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악마의 짓임을 알고 있는 저는,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세운 계획을 잘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지만, 사제로 살아가는 저조차 이렇다면, 평범한 신자들은 신앙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들겠는지,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주님 안에서의 삶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을지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제가 바치고 있는 이 시기의 기도들이, 또 한 마음이 되어 함께 기도하고 있는 신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주님께서 이미 들으셨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주님은 기도하는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신 주님께서는 그 근방에 묻히셨는데, 천사들을 통해 제자들에게는 갈릴래아로 가라고 말씀하시고서 예루살렘에서 무덤에 찾아온 여인들에게 나타나셨지요. 그럼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계신 걸까요, 갈릴래아에 계신 걸까요? 예수님의 존재 양식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이제 어느 곳에나 존재하시는 분이 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자들에게 갈릴래야로 가라고 한 것은, 그들이 예수님과 늘 함께 있던 곳, 그들의 고향이며 그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원래의 삶의 자리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자리에서든 주님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원래대로, 전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람으로 그 자리에서 새롭게 살아가라는 말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맨날 똑같다’며 ‘의미 없이’ 살아가는 그런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리스도가 없는 옛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오, 매일 주어지는 생명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삶의 모든 선택에서 주님의 뜻을 따르며, 계속해서 주님의 기억하며 기도로서 주님과 대화를 이어가고, 주님을 찬양하며 하루의 삶을 마치는 것은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은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어둡고 음침한 무덤에서 빛으로 나오신 삶을 주님은 보여주셨고, 우리가 그 부활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언제까지 어둡고 음침하고 축축한 무덤 속에 머무를 것입니까? 빛으로 나오십시오. 낮에 걸어가면 걸려 넘어지지 않습니다. 빛을 따라가면 바른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 빛이 바로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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