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신공항 성당 양정환 대건안드레아 신부의 강론] 2020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 “다 이루어졌다.” 이어서 고개를 숙이시며 숨을 거두셨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4.10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양정환(안드레아)신부님

사순시기 내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한 번쯤은 바치셨겠지요? 이번 사순시기에 바친 ‘십자가의 길’ 기도는 저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번에는 특별히 사형수들이 묵상한 기도문으로 바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수난 복음’이 울려 퍼져야 하는 날인데, 마치 예수님은 이미 돌아가신 것처럼 세상도 교회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그는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이사 52,14)” 예수님께서 죽도록 매를 맞고 스스로 십자가까지 지고 걸어가시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예수님을 바라보았습니까? 슬픕니까, 두렵고 무섭습니까, 괴롭습니까?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아파하면서 울고 있는 여인들을 오히려 예수님께서 위로해 주십니다. 십자가를 지고 세 번씩이나 넘어지시면서 끝까지 그 길을 가시는 예수님은 진정으로 우리의 위로자이십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고, 무시하는 말과 멸시하는 눈초리에 점점 작아져서 희망도 잃어가고 자기 자신조차 사랑하기 힘든 우리에게, 그분은 또다시 십자가를 지고 걸으시며 우리에게 위로의 눈빛과 말씀을 건네십니다. 그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면 울음을 그쳐야 합니다. 지금 흘리는 그 눈물이 예수님을 향한 눈물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라면, 그저 내 마음이 무섭고 괴로워서 흘리는 눈물이라면 이제 그만 그쳐야 합니다. 울음을 그치고 하던 일을 멈추고 주님 앞에 꿇어앉아 입을 닫고 귀를 열어야 합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한다면,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해야만 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죽고 있으며 또 죽을 것입니다. 전염병 때문에 두려워하고 걱정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예수님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꼴’을 보고 두렵고 무서워 우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 때문에 울어야 합니다. 병으로 죽은 사람을 기억해야 하고, 병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야만 합니다. 또한 자신이 가진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서슴없이 달려가야 합니다.

  자가 격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또 이 시국에도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병을 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잘못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을 욕하고 비판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할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믿지 않는 다른 이들도 넘치게 할 것이며, 그에 합당한 벌은 나중에 그 책임을 맡은 국가 기관에서 따지겠지요. 우리에게는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지고, ‘사람이 살아서는 도저히 끝까지 갈 수 없다’고 하는 그 길을 걸으시면서도 우는 여인들만은 위로해 주신 것처럼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저의 형제자매 여러분, 피로 얼룩진, 땀으로 얼룩진, 눈물로 얼룩진 그 볼품 없는 얼굴, 그래서 두렵기까지 한 그 얼굴을 향해서 달려간 여인을 기억합시다. 베로니카. 이제 곧 십자가형을 받고 죽을 죄인에게, 그것도 군중들과 로마 병사들을 뚫고 들어가 수건으로 그 얼굴을 닦아드린 이 여인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것을 바라십니다. “진리가 무엇이오?”라는 빌라도의 질문에 예수님은 말이 아닌 당신의 삶으로 이미 드러내셨습니다. 그 진리의 삶을 우리도 하라고 우리를 부르셨고, 우리가 그렇게 해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억눌린 이, 가난에 찌든 이, 고통에 시달리는 이, 버림받은 이들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고 위로해 드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볼품없이 되셨기 때문에 우리는 볼품없는 사람 안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 양정환(대건안드레아)신부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위치한 공항신도시에 있는 신공항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하고 있다.

(교황청 경신성사성으로부터 “주님 수난 예식”에 특별 추가된 보편지향 기도)
Ⅹ-1. 감염병 확산 때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
+ 우리 주 하느님께서
지금 감염병 확산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돌보시어
병자들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시고
환자들을 보살피는 이들에게 힘을 주시며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로하시고
삶을 마친 이들에게는 충만한 구원을 베풀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침묵 기도. 그다음에 사제는 기도한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특히 약한 사람들을 돌보시고 구원해 주시니
하느님의 나약한 모든 자녀가
지금 감염병 확산으로 겪는 고통을 인자로이 굽어보시고
풍성한 은총을 내리시어
병자들의 고통을 덜어 주시고
환자들을 보살피는 이들에게 힘을 주시며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이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저희는 모두
하느님의 자비로 위로를 얻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