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린 칼럼] 싱가폴에서의 첫 직장, 바깥 세상 겁낼 필요 없다
[김유린 칼럼] 싱가폴에서의 첫 직장, 바깥 세상 겁낼 필요 없다
  • 김유린
  • 승인 2018.07.03 1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가포르에서 미용 일을 하는 친구들과  (사진=김유림)
싱가폴에서 미용 일을 하는 친구들과 (사진=김유린)

나는 미용인 이다. 어릴 적부터 헤어 디자이너의 꿈을 꿈꿔왔다.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고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을 무렵 뷰티과에도 해외취업이라는 기회가 생겼다.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다른 나라의 문화는 어떨까? 세상은 넓다고 하는데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은 21년동안 한국만 봐왔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다른 나라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호기심에 시작하게 된 싱가폴 생활이었다.

내가 들어간 샵은 한국인과 싱가폴 사람들과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샵이었다. 첫 인터뷰 때 아무 말도 못했고 기술도 없지만 내 첫인상과 한국인이라는 것에 합격을 시켜준 싱가폴사장님께 놀랐고, 그만큼 한국인의 인식이 좋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해서 위축이 되었지만 그 속에서 스텝이 할 수 있는 샴푸를 내가 제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때부터 싱가폴에 있는 헤어샵에 가서 샴푸를 받아보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내가 일하고 있던 샵에서 가장 샴푸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 노력해서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사장님께서 한국인을 더 좋게 보셨다. 싱가폴에 혼자 생활을 하다보니 많이 외롭기도 했고 언어가 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K팝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디를 가도 한국인 이라는 것에 싱가폴 사람들은 좋아해줬고, 영어를 잘못해도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손님들이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주고 한국에 대해 많이 물어보곤 했다.

어느 날은 편의점에서 물을 사는데 ‘왜 이렇게 물이 비싸지?’ 하며 보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와서는 저쪽 마트 있다며 알려주었다.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한국인 인줄 알았는데 싱가폴 사람이었다. K팝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말을 드라마로 예능으로 배웠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싱가폴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또, 한국인과 싱가폴인의 조합은 아주 재미있다. 특히, New Year를 맞이 할 때 특별함이 있었다. 한국은 새배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면 싱가폴에서는 앙빠오(홍빠오)라는 붉은 봉투를 서로 나눠가진다. 주는 사람도 복을 받고 받는 사람도 복을 받는다는 의미로 액수를 떠나 서로 나눠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여러 야채들과 과자들에 의미를 더해 젓가락으로 날리고 같이 나눠먹는다. 높이높이 올릴수록 더 많은 복이 온다고도 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 하며 새해를 맞이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쌍용그룹이 지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Marina Bay Sands) 카지노 & 리조트
쌍용그룹이 지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Marina Bay Sands) 카지노 & 리조트 (사진=김유린)

해외취업은 지극히 평범한 사회초년생이었던 20대의 한 사람인 ‘나’ 라는 사람을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것들로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해외에서 혼자 생활을 하면서 더 성장함을 느꼈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 하나님께서 도와주셨기에 가능했던 만남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는 돈을 많이 버는 것, 일을 잘하는 것, 유명해지는 것이 아닌, 지금 내 생활 속에서의 행복을 찾는 것, 내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쓰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한 게 아니고 일을 열심히 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하루를 살아도 기쁨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같다.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회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고 사회인이 되기 전 겁을 낼 필요가 없는 것같다. 다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돈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20대 초 첫 직장생활을 해외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몰라서 가능했고 젊어서 가능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지구를 경험해보면 모든 사람들이 다 작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자존감이 떨어질 필요도 자신감이 부족할 필요도 없다. 두 발과 두 눈만 있다면 나가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같다. 내 마인드를 바꿔준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싱가폴 생활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다소 기술은 한국보다 떨어지지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게 되었고 세상의 넓음을 느꼈다. 지금은 한국에 들어와 기술을 배우고 있지만 젊은 날 첫 사회생활을 해외에서 시작한 것은 아주 잘한 것같다. 나는 한국에서 기술을 더 배운 뒤 디자이너로 다른 나라를 경험하러 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