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기로 안올래요' 인천공항 심야버스, 추위에 1~2시간 기다림 허다
'밤 비행기로 안올래요' 인천공항 심야버스, 추위에 1~2시간 기다림 허다
  • 우경원 기자
  • 승인 2020.01.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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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내국인도 답답한데, 외국인 관광객은 오죽하겠어요?"

지난 1일 밤 11시 50분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에 어림잡아 300~350명에 달하는 내, 외국인들이 서울 가는 심야버스를 타기 위해 몸을 벌벌 떨며 줄을 서고 있었다.

심야에 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은 심야버스다. 하지만 심야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고 승차권을 예약 및 발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중국, 동남아, 일본 등 각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채 언제 탈 수 있을지 모르는 버스를 밖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초기부터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삼고 있다. 2개의 터미널과 탑승동 한 동, 그리고 활주로 3개를 갖춰 연간 7000만 명이 넘는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외형적인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이런 와중에 입국객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다양한 단거리 노선 개발에 나섰고,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방한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심야 신규 증편 항공사 대상 착륙료 등 비용 면제 등을 추진한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울먹이는 외국인 관광객

한국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연초를 보내기 위해 귀국한 일본 회계사에 근무하는 임정군(38)씨는 이날 "일부러 비용을 아끼려고 저비용항공사(LCC)의 심야편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집은 강남 쪽인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강서구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갈 것"이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태국 방콕여행을 다녀온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임수미(35) 씨도 이날 "내일 출근해야 하는 데 이대로 기다렸다간 집에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거 같다"며 "다신 밤 비행기로 예약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몇몇 내국인들은 도저히 못견디겠다며, 택시를 함께 탈 합승자를 직접 찾아 나섰다. 현행법상 택시 합승은 불가능하지만, 추위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한국어가 통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어리둥절해 있거나, 울먹였다. 함께 대기하는 내국인에게 한국에 사는 지인 또는 숙박 업체 관계자와 통화를 부탁한 후, 전후 사정을 전달받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인천공항 인근 호텔 예약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택시의 경우 가까운 목적지를 대면 승차 거부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한 택시 기사는 "오늘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이라며 "귀국편이 연달아 지연돼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질 때면 택시 승차장에서도 택시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처럼 무인 발권기라도 있었으면…"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는 공항철도는 밤 11시57분 디지털미디어시티행을 마지막으로 끊긴다.

오후 11시에 비행기가 도착해도 공항철도를 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탑승동을 이동해 짐을 찾은 다음 공항 내 부가서비스(포켓와이파이 등)를 반납하고 보관한 겨울 외투를 찾은 후 역까지 가면 어림잡아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2019년 한 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달 오전 4시59분까지 1일 평균 인천공항 입국객이 7648명에 달한다. 이 많은 이들을 수용하기에는 운행하는 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시내를 잇는 심야버스는 공항리무진과 KAL리무진이다. 버스 회사별 노선은 각각 두 개지만, KAL리무진의 경우 자정 이후 운행을 하지 않는다.

공항리무진은 서울역 방면(N6001)과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방면(N6000)을 각각 오전 12시 15분, 오후 11시 50분부터 최소 50분 간격으로 운행 중이다.

한 차량당 45인승 수용할 수 있는데, 문제의 날처럼 300명 이상 인파가 몰린다면 한 노선당 최악의 경우 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자리를 두고 인천과 경쟁하는 일본 도쿄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나리타·하네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이동하는 심야 리무진 버스는 승차권을 인터넷 또는 공항 내 무인 발권기에서 탑승 시간까지 정해 미리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승차권을 발권하게 되면 대기 시간이 길어도 마음 놓고 공항 내에서 기다릴 수 있는 것이다.

 

 

 

 

 

 

 

 

 

 


◇버스 회사는 적자…서울시 개선 의지 밝혀

심야버스를 운영하는 버스회사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항~서울 시내'간 심야버스는 공항리무진이라는 업체가 서울시에 5년 한정 면허를 취득 받아 운행 중이다.

공항리무진 관계자는 "입국객이 몰리는 자정부터 오전 2시까지 특정 시간이다"며 "만약 이 시간대를 위해 버스를 더 투입하게 된다면 결국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운행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달에 20번을 넘게 타는 공항 상주 직원들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데, 이 부분을 버스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서울시 또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운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유연한 배차 간격 및 예약 및 발권 시스템 도입 고려 등 개선 의지를 밝혔다.

정창욱 서울시 버스정책과 노선팀 주무관은 "공항버스도 성수기와 비수기의 탑승객 차이가 크고, 시간대별로도 다르다"며 "결국 연간 수익을 따져, 최상의 배차 간격을 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개선은 어렵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두고 운수업체와 협의한 후 최대한 여행객들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올해 초부터 인천공항에서 수원, 성남, 고양, 남양주 등 도내 거점지역을 잇는 심야 공항버스 4개 노선을 운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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