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편지(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김진용)
퇴임 편지(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김진용)
  • 우경원 기자
  • 승인 2019.05.05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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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김진용의 퇴임 편지

2019년 5월 2일 오후 3시(쿠웨이트 현지 시각)

 

2주전 대통령님을 모시고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쉬켄트 안그렌 경제자유구역의 위탁개발관리운영 협약식을 체결한 바 있는 저는, 방금전 이낙연 국무총리님을 모시고 이곳 쿠웨이트시티에서 한-쿠웨이트 비즈포럼을 마친 후, 셰이크 메샤알 쿠웨이트 투자청장과의 MOU 및 미팅을 끝냈습니다. 이로써, 저는 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작별인사를 드릴 시간입니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불확실하여,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게 퇴임식을 취소하고 기내 편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영종, 청라, 송도 주민 여러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부 및 직원 여러분,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사랑하시는 여러분!

인간에게 삶과 죽음은 엄숙한 환희이자 가혹한 형벌이라던 어느 작가의 표현처럼, 처음과 마지막은 우리에게 숙연한 성찰과 개안(開眼)의 통찰을 줍니다. 저는 취임의 일성으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경제자유구역의 난제를 풀고 경제자유구역이 비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후 하루하루를 제 인생의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 날인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저는 오늘 일과를 끝으로 남은 과제를 여러분의 손에 맡기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떠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가족 여러분!

저는 무엇보다 저와 함께 뛰며 땀흘린 여러분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하여 심심한 감사와 치하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행정이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협업의 산물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의 자랑이자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전진기지이며 글로벌교육을 주도하는 지식과 혁신의 요람이며

동북아 비즈니스의 허브를 지향하는 미래의 성장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자매지 EIU가 2025년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도시

세계 2위에 인천을 선정한 이유에서 보듯이,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더불어 공항과 항만, 교통과 물류의 뛰어난 성장요소를 갖고 있는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그러한 도시의 꿈과 비전을 실현시켜 나가는 역사의 한복판에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벅찬 감격과 엄숙한 환희의 시간을 이곳 경제자유구역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유정복 전 인천시장님과 박남춘 시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에게 주어졌던 지난 1년 반의 크로노스(chronos)는, 얽히고 설킨 경제자유구역의 난제들을 풀고 새로운 성장기틀을 마련하여 도약하는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나가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땀흘려온 지난 1년 반을 반추해보고자 합니다.

십자수로가 있고 음계를 연상하는 건물의 높낮이가 조화로운 아름다운 푸른 보석의 도시, 청라국제도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2017년 9.12일 저는 용산에 있는 국토부 차관 집무실로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인천시가 손실보전금 전액을 부담하겠습니다.” 이로써, 손실보전금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 귀책사유가 누구냐의 문제로 인천시-국토부간 10여년을 끌어왔던 제3연륙교 건설의 ‘고르디아스 매듭(Gordian knot)’이 풀렸습니다. 물론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인천시의 조정과 용역의뢰 결정, 도시공사의 협조가 있었습니다.

저는 2015년 경제청 차장시절에도, 제3연륙교 통행료 결정권을 인천시장이 갖고 있는 한, 이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판단했고 손실보전금의 인천시 부담을 전제로 이 문제를 풀자고 건의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았지만,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영종도 주민 통행료 지원액을 연계·활용한다면 재정부담문제를 보다 수월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초대 인천시 재정기획관을 지내면서 파악한 재정문제의 관점을 접목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국토부 차관님께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3연륙교 통행료를 손실보전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법규해석 혹은 법규개정을 하는데 국토부가 협력해 줄 것을 전제로 손실보전금의 인천시(경제청) 전액 부담을 제안하였던 것입니다.

다음은 청라 스타필드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2017년 당시 부천시에서 신세계 건립을 허가하려 하자, 부평구를 비롯한 인천시가 영세상인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는 바람에 지자체간 갈등이 증폭되어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청라스타필드를 허가하는 것은, 소위 내로남불 격이 되어 매우 곤란한 상황처럼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2017년 8월 16일 경제청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제가 급작스럽게 경제청 차장으로 다시 발령장을 받았습니다. 이때 저는 발령장을 받자마자 사무실로 들어와 청라과장과 영종청라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스타필드 즉시 허가 내줘라. 이후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지시하였습니다.

청라는 부평상권으로부터 떨어져 있고 새롭게 개발된 도시로서 보호해야 할 영세상인이나 이해갈등을 야기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상황 그 자체가 달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청라 스타필드 투자액을 5,000억원에서 1조원 규모의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로 끌어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도시기반시설 부담의 문제로 스타필드측과 갈등이 있었으나, 당사자들과 관계부서 회의를 주재하여 정리·해결 하였습니다.

청라의료복합단지는, 지난 4. 26일 제106차 중앙경제자유구역위원회에서 당초 20분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의 뜨거운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병원과 대학의 운영상황을 비롯하여 의료복합단지의 특징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왜 특혜가 아닌지를, 설령 그런 혜택을 주어서라도 유치해야함을 역설하여 결국 통과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하나금융타운 건립은 청라국제도시 발전을 위해 긴요합니다.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관리하여 왔고, 저의 퇴임 다음날인 5.4일 하나금융타운 글로벌인재개발원 준공식을 갖게 될 예정입니다.

그간 청라의 염원인 ‘청라시티타워’ 건립은 최근 가장 큰 고비였던 실적사의 참여 문제가, 포스코건설의 참여 방향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청라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문제가 발생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외부에서 알 수 없는 많은 이유와 고민이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선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어 생략함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IHP에는 현대무벡스, 첨단 자동차 부품업체 AIT, 첨단 중소기업이 460개나 들어오는 에이스건설의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하였습니다.

또한 57,000평 규모의 M유통이 투자유치계획위원회를 통과하고 18,000평 규모의 C유통이 2021년 오픈을 목표로 들어올 예정이어서 청라의 발전과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청라주민이 크게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청라국제도시가 상당부분 개발되고 남은 부지라고 해봐야 G-City 제안 사업부지와 유보지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G-City에 대해서는 민원도 있었지만, 원칙과 소신을 지킨 경제청에 대한 찬사와 격려도 많았음을 밝혀드립니다. 만약, G-City 원안대로 허가를 내줬다면, 집단민원을 넘어 청라주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고, 감사에서 처벌받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제 G-City 사업부지의 국제업무지역 개발과제를 여러분께 남기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지금 이 시각까지의 결정과정은 오로지 청라발전과 공익적 관점에서 추진되었고 우리나라 전문가들과의 회의 및 자문을 통해 내린, 청라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재삼 밝혀 두고자 합니다.

다음은 하늘로 세계로 비상하는 영종국제도시입니다.

영종국제도시는 크게 항공우주산업과 복합레저도시를 만드는 일에 주력해왔습니다. MRO와 유통물류산업, 그리고 카지노와 복합리조트 사업을 위해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접촉해 왔습니다. 현재 속속들이 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미도와 무의도 일대에 쏠레어를 유치하여 경제자유구역으로 재지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파라다이스가 1단계 사업을 하였고, 미단시티 시저스의 복합레저사업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스파이어는 1조원을 더 투자하여 총 2조 8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였고, 고용만 2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상반기에 착공 예정입니다.

용유도 park52 부지에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 우리나라 최고의 시네마와 드라마 촬영장으로 만들고 관광테마파크를 만들어,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관광명소로 키워나가도록 추진 중에 있습니다.

영종국제도시는 몇 년 안에 가장 큰 변화와 발전이 일어나는 곳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의도에도 무의LK와 쏠레어시티를 비롯하여 용유와 연계된 개발이 크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음은 송도국제도시 사업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NSIC와 포스코건설사 간의 분쟁은 1.3공구 국제업무지구의 개발을 3년 반이나 멈춰 세운 송도개발사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은 미국 투자자의 장외 투쟁으로 인해 개발사업이 정치적·국제적 다툼의 양상으로 치달았고 백악관까지 나서서 한국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는 큰 싸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복잡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정상화 시켰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트센터 1단계 콘서트홀을 기부채납 받았고, 2단계 오페라하우스와 뮤지엄 설계에 착수하였습니다.

송도 골프연습장의 보증문제로 오랫동안 소란스러웠으나, 차장 시절부터 이 문제를 다루어왔던 터라, 사안의 핵심을 잡고 원칙을 세워, 갖은 민원과 외부의 거센 요구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청장으로 취임해서 보니, 한옥마을 식당이 철거될 위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공익적 관점과 경제자유구역의 미래를 위해 판단하고 청장으로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법원와 검찰 그리고 이해당사자, 나아가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렴하고 설득하여 원만하게 해결하였습니다.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일은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를 만들고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할 때 제일 먼저 묻는 것이 교육환경입니다. 저는 최고의 교육도시를 만들어야 최고의 인재와 기업이 모여들고 혁신도시가 되고 비즈니스 허브가 된다는 생각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수한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제도와 운영이 송도에서 고도로 구현되고, 채드윅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CMIS, 포스코자사고 그리고 송도과학예술영재학교가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한 재능대, 인천대와 인하대, 외국어대 그리고 연세대학교는 지식과 혁신의 허브로 만드는 전략자산이 될 것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와 학부생, 대학원생 등 만 명 내외의 학생이 들어오고 세브란스 병원이 개원하며, 사이언스 파크가 들어오는 2단계 사업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도자는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임을 늘 상기하며 살아왔습니다. 책임지는 일을 두려워하여 여론 뒤에 숨지않겠다는 소신의 발로였습니다. 저는 경제청 간부와 직원들에게 “나는 일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 내가 지금 검찰 앞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업무를 본다”고 말해 왔습니다. 사리사욕 없이, 공명정대하게 그리고 공익을 위해 소신있게 일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남들이 세브란스병원이 안 들어왔다고 연세대를 비난하고 있을 때에, 저는 경제청이 해야할 일은, 세인들과 함께 비난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세브란스를 들어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임무를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연세대 사이언스파크를 만들어 젊고 유능한 교수와 연구진이 이곳 송도에서 미래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내야 합니다. 유치는 사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팔지 마라. 사게 하라.’는 비즈니스의 금언입니다. 우리 경제자유구역으로 안 오면 본인들이 손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비즈니스는 부탁과 호소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의 확신 또는 예상으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11공구를 봅시다.

11공구를 값지게 활용하기 위하여, 공동주택 용지를 과감히 줄이고 바이오-메디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바이오 산업용지 30만평을 확보하고 R&D 시설용지를 지정하는 대결단을 내렸습니다. 재정적 어려움도 예상되고 일부 반대도 있었으나 이것은 경제자유구역의 존재 이유이기에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 과감히 밀어부쳤습니다.

워터프런트 1-1단계를 착공시켰고 1-2단계의 순조로운 진행을 예상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사업을 성숙시켰으며, ‘ㅁ’자 워터프런트 약속을 지키기 위해, 11공구에 수로를 유지하는 개발계획안을 확정하였습니다.

세 명의 전직 시장을 고소하는 사건으로까지 비화되었던, 말많고 탈많았던 6.8공구 SLC 문제를,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하여 기투입 비용 680억원의 포기를 얻어냈습니다. 그 포기를 얻어내기 위해, 일관되게 A14 블럭의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경관심의를 불허해왔습니다.

투마로우시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저는 줄기차게 스타트업벤처 폴리스를 만들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공간의 제공은 물론 액셀러레이터 등 제도적·기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경제청에서는 1,000억원의 지원자금을 마련하고 여기에 중앙정부지원을 받아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세계적인 AI기업과 블록체인 기업 등을 유치 연계하여,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진기지를 만드는 계획이었습니다. 이번주 월요일에 SK telecom과 5G 기술을 활용한 모빌리티 사업을 송도와 청라, 영종에서 하기로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업입니다. 이러한 사업과 미래핵심기술들이 이곳 투마로우시티를 중심 거점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인식을 함께 해준 인천TP의 서병조 원장님과 인천도시공사 박인서 사장님, 인천시 김광용 기조실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기업과 교육, 세계 국제기구의 집적 이외에, 세계관광객이 찾아오는 송도를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트센터 앞 호수에는 세계 최고의 댄싱 파운틴을 설치하고, 여기에 워터스크린과 첨단 조명시설을 갖추고 사운딩 시스템을 넣어 싱가폴 마리나베이 샌즈 앞 분수보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분수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분수를 만드는 사업을 구상하여 왔습니다. 아트센터와 그 호수주변을 워터프런트 사업과 연계하여, 많은 관광객이 상시로 찾고 즐기며 감상하는 멋진 명소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관광공사에 1년간 용역을 주어 이미 결과물을 얻은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 국내 최고의 이벤트 축제 전문가, 세계 최고의 기획가, 벨기에 네덜란드에 이미 구축해온 관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세계축제를 구상하여 왔습니다.

외국에는 토마토 축제, 옥토버페스트, 리우 카니발, 빙등제 등 많은 세계적인 축제가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사람의 DNA에 타고난 축제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고, 동맹, 무천의 고대풍습과 30년 이상 방송중인 전국노래자랑, 90년대 초에 생겨 아직까지 성업중인 노래방은 우리나라가 노래와 춤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역사적, 객관적 조건이자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세계축제화하고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저는 2015년 차장 시절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천세계축제’를 구상하고 추진하려다가 내부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마는,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인이 한국을 찾아 함께 즐기는 세계축제를 아직까지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미스테리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10월 3일 개천절이 들어있는 주간을 대한민국 국민축제주간으로 정하여 국민통합과 민족화합을 기하고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축제산업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선봉에 인천과 여러분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ifez 가족과 관계자 여러분!

경제청이 개청되던 16년 전부터 “퍼주기다, 특혜다” 하는 시비가 있어왔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서울 소재 일류대학에게 땅은 물론 건물도 전부 지어줄테니 본교를 이곳으로 옮기라고 하면, 그들이 이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대학만이 아니라, 심지어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NSIC에서 서울에 소재하는 세계적인 외국기업 IBM, OTIS에게 NEATT 타워에 임대료를 반값으로 저렴하게 줄테니 입주하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건물로 들어온다면 거의 무료로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이유는 그 기업들이 “사무실 낼 돈이 없어서 송도로 가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모 대기업 플랜트 부문을 송도에 유치하기로 모든 절차를 이행했는데 막바지에 입주를 포기했습니다. 이유는, 회사가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가면 핵심인력으로 파악하고 있는 140명을 확보할 수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특히, 그중 70여명은 서울에 있는 경쟁사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고, 그 경쟁사로 갈 참이었습니다. 핵심인력이 경쟁사로 옮기면 회사경영에 치명타가 된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송도로 들어가기로 했던 의사결정을 번복하여 서울에 남아있기로 결론 내린 일이 있습니다.

특혜다, 퍼주기다 하는 비판을 쉽게 하고 있지만, 투자유치의 현장은 이렇게 서울이라는 강력한 자장과 버겁게 싸워나가야 하며, 매력적이고도 파격적인 투자조건과 비즈니스환경을 제공하는 외국도시와 싸워 나가야 합니다. 외국인과 외국기업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통하는 도시, 약국과 병원 가기도 어려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두렵기까지 한 일입니다. 거래와 협상에 있어서도 역지사지 없이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흔히, “왜 이런 엉터리 계약을 했냐, 이건 노예계약이다”라고 힐난하지만 - 물론 계약중에는 잘못되었거나 실수를 범한 계약이 분명 있습니다만 – 합의나 결론에 이른다는 것은 백지상태에서 써내려가는 수필이나 소설이 아니라,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득실을 따지는 전투이며, 밀고 당기는 치열한 줄다리기인 동시에 ‘상황’과‘맥락’이라는 판(plate)위에서 제한적이고도 제어하기 어려운 변수나 선택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영국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존재하는 것은 다 옳다(Whatever is, is right.)”라는 말처럼, 존재하는 것은 적어도 그러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것이 사안을 맥락과 떼어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존재 - 그 형량하기 어려운 이유의 집합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단정하여 개입과 개선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맥락과 상황으로부터 분리시켜 특혜다, 퍼주기다, 엉터리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일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ifez 가족 여러분! 그간 정말로 노고 많으셨습니다. 제 생각을 쓰다보니 개인이 주어가 된 듯하나 모두가 여러분의 땀방울입니다.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환한 그 얼굴만큼이나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염원해왔습니다.

그 모습은 돌아설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꽃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혀야 생명으로서의 의미가 있습니다. 피고, 성하고, 지고, 쉬는 간단(間斷)과 지식(止息)없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순환 속에서 날로 새로워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소망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년 5월 3일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일출>은 1년중 하루, 새해맞이 ‘행사’를 갖지만 365일 내내 ‘이벤트’인 인천 앞바다 <일몰>, 그 찬연한 저녁노을 속에 착륙하는 QR858 기내에서

제5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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