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백상현 개인전 ‘시화호, 내면의 세계’
시화호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백상현 개인전 ‘시화호, 내면의 세계’
  • 우경원 기자
  • 승인 2019.04.2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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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맛집, 선녀풍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그리다썸"... 개인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연민의 기록

시화호는 특별한 기억이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극심한 수질오염 사태를 초래해 대규모 개발사업의 위험을 자각시킨 자연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바다를 막아 갯벌은 땅으로 만들고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국토확장계획의 일환이였고, 1987년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토목공사는 12.7Km의 시화방조제를 건설하면서 1994년에 완료되었다. 이 계획은 처음부터 개발이 미칠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 없이 추진되었고 중동 건설 경기의 퇴조로 남아도는 건설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개발사업이 검토되었다는 것만 보아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었다.

개발만능주의자들의 계획대로 시화만은 1,300만평의 호수로 갯벌은 3,500만평의 땅으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시화호는 공단에서 내뿜는 오폐수에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로 변해버린 것이다.

백상현 사진가는 1997년 송산에 태정염전으로 촬영을 나갔다가 인간의 탐욕으로 등을 돌린 자연의 응징을 목격했다고 한다.

“정화 기능을 상실한 갯벌, 썩어버린 호수, 죽어가는 생물들, 생계 터전에서 쫒겨난 원주민들을 바라보면서 꾸밈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이라는 ‘무위자연’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로 계속 시화호의 변화를 기록해 보기로 했습니다.”

디지로그로 재현하는 시화호의 변화

 백상현 사진가가 최초로 시도해 오고 있는 디지로그는 필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최대치로 살리고 기존 인화방식의 단점을 디지털로 보완해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사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최고의 흑백 사진가로 손꼽히는 백작가는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환경파괴의 현장, 소외된 사람들,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생물들을 깊이 있는 흑백으로 담아냈다. 대재앙에 굴복해 결국 친환경개발을 시작하고 차츰 복원되기 시작하는 시화호와 주변풍경들을 담은 최근 작품에는 광활한 갈대군락지와 다시 찾은 생명들을 포착해 자연과의 화해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창의적인 예술관이 돋보인다. 시화호에 살던 망둥이를 말려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놓았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필름으로 찍고 인화되어야만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대상은 이미 전시장의 조명을 통해 작품이 되어 있습니다. 사진 창작 영역도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대로 시화호에서 펄떡이던 망둥이가 액자 위에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그 어떤 사진의 그것보다도 깊은 인상을 준다.

시화호는 아직 진행 중

인간의 욕심이 빚은 개발은 결국 시화호에 생명이 살 수 없는 재앙을 낳았고 결국 2001년 공업용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하겠다는 당초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친환경 개발로 정책을 변경했다. 방조제 건설로 6,200억원이 소요되었고, 썩은 시화호의 수질을 개선하는데는 2011년까지 건설비의 두배가 넘는 1조 2488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낭비되고서야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개발은 환경용량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엄격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발만능주의자들 앞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전라북도 군산과 부안의 새만금개발사업과 4대강에서 벌어진 개발이라는 명분의 환경파괴는 시화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발로 인한 이익은 사유화되고 그로 인한 환경파괴와 복원의 비용은 사회화되고 있다.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환경을 생각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개발의 이면을 볼 때 시화호는 아직 진행중 입니다.”

백상현 사진가는 대재앙의 땅과 호수에서 다시 생명이 돌아오는 자연과의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21년 동안 기록해 오고 있고 이 지난한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천혜의 갯벌이 사라지고 있는 영종도에서도 환경보존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영종대교 양쪽으로 드넓었던 갯벌은 준설토 투기장으로 매립되어 버렸고 한쪽은 쓰레기 투기장으로 검토되고 있어 어느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시화호의 21년을 담은 ‘시화호, 내면의 세계’ 사진전은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그리다썸 갤러리에서 열린다. 백상현 사진작가의 9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서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시화호의 파괴와 복원의 환경변화를 흑백으로 기록한 작품 30점이 전시된다. [영종뉴스 우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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